그때 팔 걸…또 잃는 개미와 늘 버는 트레이더의 차이[딥THINKING]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 2024.07.13 09:03

편집자주 |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제 많이 아는 것보다 사고의 깊이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AI시대의 Deep thinking(깊이 생각하기)을 고민해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년에 2차전지 주식이 상종가를 구가할 때 2차전지 대장주를 샀다가 주가가 3분의 1토막 난 투자자 A씨. 지금 생각하면 급등하던 주가가 점차 하락으로 방향을 바꿀 때 과감히 매도 버튼을 눌렀어야 했는데 후회 막심이다. 그런데 그때는 도저히 손이 안 나갔다.

개인 투자자가 주식투자에서 실패하는 가장 이유 중 하나는 주가가 떨어졌을 때 손절매를 못하기 때문이다. 대개 이익이 난 주식은 너무 빨리 팔아서 더 큰 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손실이 난 주식은 손절매를 안 해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손절매를 하기 힘든 이유는 우리가 '이익으로 인한 기쁨'보다 '손실로 인한 고통'을 2배가량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헤지펀드 전문가인 잭 슈웨거가 펴낸 '시장의 마법사들(Market Wizards)'에서 성공한 트레이더들은 손실과 이익으로 인한 감정 변화가 거의 1대1로 대칭적이었다.



이익이 나면 위험을 회피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위험을 추구하는 투자자들


대니얼 카너먼 전 프린스턴대 교수 /사진=블룸버그
올해 타계한 '행동경제학의 태두' 대니얼 카너먼 전 프린스턴대 교수는 아모스 트버스키 교수와 1979년 발표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을 통해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전망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상금과 벌금에 관한 아래 실험을 살펴보자.

①100%의 확률로 450달러를 받는다. (기대값 450달러)
②50%의 확률로 1000달러를 받지만, 50%의 확률로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기대값 500달러)

상금을 받을 때, ①, ②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확실하게 450달러를 받을 수 있는 ①을 선택한다. ②의 기대값이 500달러로 더 크지만,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는(risk-averse) 성향을 보이며 안정적인 450달러를 선택하는 것이다.

③100%의 확률로 500달러를 벌금으로 낸다. (기대값 -500달러)
④50%의 확률로 1100달러를 벌금으로 내지만, 50%의 확률로 벌금이 면제된다.(기대값 -550달러)

그런데, 손실에 대한 선택에서는 반대로 사람들은 위험을 추구한다(risk-seeking). 벌금을 낼 때 ③, ④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확실하게 500달러를 벌금으로 내는 ③이 아니라 ④를 선택한다. 100% 확실한 손실보다는 기대손실이 크더라도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익을 추구할 때는 위험 회피적인 성향을 나타내지만 손실에 대한 선택에서는 오히려 위험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는 최대 효용만을 고려하는 기대효용 이론의 설명과는 상반된 결과다.

전망이론 그래프/그래픽=윤선정
카너먼 교수가 위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게 전망이론이다. 사람들은 이익으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 따른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최소 얼마를 딴다면 100달러를 잃는 것과 균형이 맞겠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이 무려 두 배인 약 200달러를 제시했다. 이 같은 '손실 회피율'을 추정한 여러 실험에서 사람들의 답변은 대개 1.5배에서 2.5배 사이였다.



이익포지션의 매도비율은 손실포지션보다 두 배 높아


주식 투자와 관련해서 국내에도 재밌는 연구결과가 있다. 2022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간한 '국내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거래행태'는 한국 주식시장 개인투자자 약 20만명의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일별 거래내역을 토대로 개인 투자자의 투자행태를 연구했다. 연구는 과잉확신, 처분효과, 복권형 주식 선호, 군집거래 등 네 가지 행태적 편의가 개인투자자의 거래행태와 투자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했다.


특히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란 매수가격에 비해 가격이 오르면 매도해서 이익을 실현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매도를 미루고 보유하는 현상을 뜻한다. 처분효과가 나타나는 원인은 투자자가 이익에 대해서는 위험회피 경향을 보이고 손실에 대해서는 위험선호 경향을 보인다는 전망이론으로 설명되고 있다.

손실 발생시 매도를 꺼리는 개인 투자자/그래픽=임종철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이익포지션의 매도비율(파란선)은 손실포지션의 매도비율(붉은선)보다 두 배 가량 높다. 보유기간 1일의 경우, 이익포지션 중에서는 41%를 매도하고 59%를 보유하지만, 손실포지션 중에서는 22%만 매도하고 78%를 보유했다. 보유기간 10일인 경우에는 이익포지션 중에서는 11%를 매도한 반면 손실포지션 중에서는 5%만을 매도했다. 처분효과의 영향이다.

전망이론으로 설명되는 처분효과는 투자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익을 너무 빠르게 실현하면서 추가적인 이익기회가 사라지고 손실 실현을 미룸으로써 손실을 누적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손절매로 손실을 실현하지 않을 때 손실은 계속 커지는 경우가 많다.



돈을 버는 근본적 자질은 손실을 용납하는 일


반 K. 타프 박사/사진=타프 박사 홈페이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헤지펀드 전문가인 잭 슈웨거의 '시장의 마법사들'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잭 슈웨거는 투자 분야의 뛰어난 트레이더들을 심층 인터뷰하여 그들의 투자와 전략을 밀도 있게 소개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 책에 나오는 반 K. 타프(Van K. Tharp) 박사는 1982년 돈을 따고 잃는 특성을 측정하는 실험인 투자심리목록(Investment Psychology Inventory)를 개발한 인물이다. 타프 박사는 "투기적 매매에서 성공하기 위한 두 개의 기본적인 규칙은 손절은 빨리하고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은 두 규칙을 적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타프 박사는 만약 돈을 버는 일이 자신에게 중요하다면(당연히 중요하다!), 작은 손실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작은 손실은 받아들이기 더 어려운 상당한 손실로 발전하고, 결국 상당한 손실은 엄청난 손실이 되어서 더 이상 손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 모든 손실은 애초에 작은 손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어 타프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익의 관점에서는 위험 회피적이며 손실의 관점에서는 위험 추구적이라고 분석했다. 카너먼 교수의 전망이론과 똑같은 내용이다.

타프 박사가 말하는 성공적인 투자자들에 대한 얘기도 의미심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실에 속상해 하지만, 성공적인 투자자와 투기꾼들은 돈을 따는 근본적 자질이 손실을 용납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즉, 손실에 대한 고통을 이익에 대한 기쁨보다 2배 크게 느끼는 게 아니라 동일하게(즉 1대1) 느끼는 투자자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타프 박사의 말처럼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려면 손실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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