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가브리엘', 낯선 땅에서 리셋된 '무한도전'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4.07.11 13:00

김태호 PD의 지구력 확인할 수 있는 웰메이드 예능

사진=JTBC


시작은 2011년 1월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타인의 삶’ 특집이었다. 단 하루라도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본 기분은 어떨까. 이러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기획은 김태호PD의 진두지휘 아래 2주 동안 이어졌다. 박명수는 동갑내기 의사와 하루 삶을 바꿨고, 정준하는 지금은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사령탑이 된 이숭용 감독과 하루를 바꿨다.


삶을 바꾼다는 의미는 가족이 바뀐다는 의미고, 일상과 과거 그리고 미래도 바뀐다는 뜻이다. 이들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체험하면서 자신의 현재를 돌아봤고, 타인의 꿈도 체험했다. 때로는 이렇게 삶을 낯설게 하는 일이 자신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내는 길이다. ‘무한도전’은 이후 ‘타인의 삶’ 특집의 또 다른 참가자를 모집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특집은 접혔다.


그로부터 13년 후, 또 다시 김태호PD에게서 이번에는 JTBC를 통해 기획은 다시 펼쳐졌다. 김PD가 만든 제작사 TEO를 통해 ‘My Name Is 가브리엘’(이하 가브리엘)이 편성돼 선보인 것이다. 타인의 삶을 체험한다는 기본 틀은 똑같지만, 하루에서 시간은 72시간으로 늘어났고, 그 대상도 대한민국의 누군가가 아닌 전 세계 인구 80억명 중 누군가로 바뀌었다.


김태호PD는 ‘무한도전’을 벗어난 후에도 줄곧 새로운 기획에 ‘무한도전’의 DNA를 심곤 했다. 그가 프리랜서를 선언한 후 처음 제작한 ‘서울 체크인’ 시리즈는 과거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에서 제주도를 찾은 유재석과 정형돈에게 이효리가 “서울 가고 싶다”고 한 말에서 착안됐다. 제주사람이었던 이효리는 김태호PD를 통해서 서울에 ‘체크인’했다.




ENA에서 방송된 ‘지구마불 세계여행’도 ‘무한도전’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2009년 5월 방송된 ‘하루 만에 세계일주’ 특집이다. 멤버들은 실제 주사위를 던져 서울 안에서 세계 유명 관광지와 비슷한 풍경을 찾아 인증사진을 찍는다. 이 기획은 14년 후 진짜가 됐다.


‘가브리엘’은 총 7명의 연예인이 세계 각국의 한 인물과 이름과 삶을 바꿔 72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일명 ‘라이프 스왑(Life Swap)’이라고 불리는 장르는 해외에서 집이나 차를 바꾸거나 가족을 바꾸는 형태로 시도된 적이 있다. 하지만 ‘가브리엘’은 좀 더 바뀐 이후의 당황스러움보다는 새로운 관계맺기에 몰두하는 출연자의 모습을 보인다.


11일 현재 공개된 출연자는 둘이다. 배우 박보검이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가 합창단의 단장이 된다. 또한 개그맨 박명수는 태국 치앙마이를 찾아 태국 길거리 음식 ‘솜땀’을 파는 가장이 된다. 해외에서 적절한 사람을 찾는 일이나 그를 설득하는 일 그리고 그 주변을 완벽하게 새로운 ‘가브리엘’을 위해 각색하는 일은 긴 준비기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 의미로 볼 때 ‘가브리엘’은 김태호PD 사단의 깊은 고심과 지구력을 확인할 수 있다.



공개된 두 출연자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전형적인 ‘F’ 즉 감성파인 박보검은 자신의 새로운 삶에 당황하면서도 주인공 ‘루리’의 관계 그리고 가족, 친구들을 보면서 매번 눈시울을 훔친다. 영상에서도 박보검 특유의 배려심과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반면 박명수 편에서는 전형적인 ‘T’ 이성파인 특징이 드러난다. 가끔 조금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박명수는 내내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주인인 ‘우티’와는 정반대의 괴팍한 성격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새로운 상황을 설명하고 출연자와 시청자를 동시에 납득시켜야 하기 때문에 ‘가브리엘’은 상황 설정과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렇다 보니 즉각적인 웃음을 필요로 하는 지금의 예능 트렌드와는 다소 어긋나 있다. 실제 나영석PD의 tvN ‘서진이네 2’와 같은 시간 방송됐던 프로그램은 훨씬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후 2주 차부터는 ‘서진이네 2’의 다음 시간대로 편성을 옮겼다.


이 원인으로 다소 다큐멘터리 같은 진행 그리고 한 편에서는 너무 감동, 한 편에서는 너무 웃음을 노린 듯한 부조화가 꼽힌다. 아무래도 김태호PD는 ‘무한도전’ 때와 다르게 ‘가브리엘’을 통해서는 72시간을 통해 배어나는 감동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소스를 통해 긴 시간이 흘러도 아이디어를 유지, 발전하는 모습에서는 이미 대중에 정평이 난 ‘예능 장인’으로서의 면모가 돋보인다.


‘가브리엘’과 ‘무한도전’의 연결고리는 출연자들로부터도 보인다. 박명수는 알다시피 ‘무한도전’의 핵심이었다. 김PD는 “과거 ‘타인의 삶’ 특집과의 연결성을 위해 섭외했다”고 밝혔다. 박보검 역시 2017년 4월 특집을 통해 ‘무한도전’에 선보인 배우였고, 홍진경은 ‘바보전쟁-순수의 시대’ 특집과 ‘식스맨’ 특집에 등장했다. MC인 데프콘 역시 한때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애착인간’으로 불리던 출연자였다.


‘가브리엘’은 앞으로 중국 충칭에 가 닿는 배우 염혜란,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배우 지창욱, 르완다 키갈리의 방송인 홍진경, 조지아 트빌리시의 덱스,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가비를 보여줄 예정이다. ‘무한도전’의 DNA를 자청하는 ‘가브리엘’은 ‘무한도전’ 전성기의 시청률 위력과 파급력을 재현할 수 있을까. ‘잘 만든 아이템 10년을 간다’는 방송가 속설을 과연 증명할 수 있을지. 시청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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