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역대급 예산과 출연연 체질전환

머니투데이 김재수 KISTI 원장 | 2024.07.16 04:00
AI(인공지능)가 과학기술의 영역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AI 기술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상황에선 더 이상 사회의 '노멀'(normal·표준)을 정의할 수 없다. 기술의 변화속도가 매우 빨라 누구도 미래를 예단할 수 없게 된 탓이다.

이처럼 AI가 블랙홀처럼 모든 영역을 빨아들이는 시대에 가치가 더욱 높아진 것이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는 의미 있는 정보를 가진 모든 값이다. AI가 학습하는 텍스트, 이미지가 모두 데이터다. 정확하고 풍부한 데이터는 곧 AI의 성능을 판가름하는 경쟁력이다. 데이터가 국가의 발전을 이끌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핵심자원이 된 셈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최근 '과학기술 지식인프라 지원기관'에서 '데이터 전문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했다. 과학기술정보 전문 국가연구기관으로서 대규모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국가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KISTI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으로서 맡은 책임이자 역할이다.

그런데 대규모 데이터를 신속히 확보하고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R&D(연구·개발) 투자다.

다행히 내년도 국가 주요 R&D사업 예산이 총 24조8000억원으로 확정되며 '역대 최대규모'를 달성한 가운데 출연연의 주요 사업 예산도 지난해 대비 22% 증액됐다. 국가 차원의 핵심 전략기술 확보와 기관 고유임무 수행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예산이 확대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출연연이 '선도형 R&D로의 체질전환'이라는 큰 정책방향에 맞춰 국가와 국민을 위한 R&D라는 목표하에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최초·최고에 도전하는 혁신도전형 R&D 추진 △AI반도체·첨단바이오·양자기술 '3대 게임체인저' 기술개발 △해외 유수 기관과의 공동연구 등 글로벌 R&D 확대가 선도형 R&D의 핵심이다.


데이터 전문기관으로 거듭난 KISTI의 전환방향은 분명하다. 미래 혁신의 기반이 되는 국가전략기술인 AI, 양자, 사이버보안 분야를 중심으로 지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과학기술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인 'KONI'(한국명 고니) 고도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KISTI는 1억3000여건의 과학기술정보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어 기반 과학기술정보 LLM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12월 첫 버전인 'KONI 13b'를 내놨고 올해 3월 초거대AI연구단이 문을 열었다. KONI의 학습데이터를 지속해 늘려 2027년에는 공학박사 수준의 한국형 AI를 탄생시키는 게 목표다.

AI를 둘러싼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시기에 출연연이 주도적으로 선도적 R&D 혁신을 이끌어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드높이고 새로운 산업생태계까지 구축할 때다. 증액된 2025년 R&D예산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역대 최대규모의 R&D예산 확대가 출연연의 근본적인 체질전환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재수 KISTI 원장 /사진=KI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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