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국민주'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총발행주식수의 1% 미만 주식을 보유한 주주) 수는 467만 2039명. 1998년 말 9만명 수준이던 소액주주는 2018년 말 76만명을 넘어섰고, 2020년엔 200만명을 돌파했다. 주식열풍이 불었던 2021년과 2022년엔 주주 수가 각각 506만명, 581만명에 달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75만명 중 약 500만명, 다시 말해 10명 중 1명은 삼성전자 주주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황제주'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2012년 100만원, 2016년 200만원을 넘어섰고 2018년엔 250만원을 넘나들었다. 시장에선 주가가 너무 높아 개인이 주식을 매입하기에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삼성전자는 2018년 역대 최고 수준의 배당과 함께 주식 액면가를 주당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는 '50대1'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주주정책 측면에서 '모범생'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1분기부터 분기배당을 시행했고, 같은해 10월 주주환원 규모의 예측 가능성 제고에 중점을 둔 3개년(2018~2020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50% 범위 내에서 28조9000억원(연간 9조6000억원)을 정규배당했고, 잔여재원 10조7000억원을 특별배당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매년 지급되는 정규배당을 9조8000억원으로 늘렸고, 지난해 극심한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뚝심'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매년 50조원 이상을 시설투자에 투입하는데, 대부분은 반도체에 들어간다. 이같이 막대한 현금을 투자에 쓰고, 남은 재원으로 연간 약 10조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한다.
이같은 노력 속에서 2017년 400조원 수준이던 삼성전자 시총은 100조원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시선을 밖으로 돌리면 웃음기가 사라진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는 최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장중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80조원)를 돌파했다. 2019년 이전까지 삼성전자에 한참 뒤졌던 TSMC가 약 5년 만에 삼성전자의 2배 이상의 시총을 기록한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TSMC는 주요 기업들의 계약을 줄줄이 따내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60%를 독식 중이다.
삼성전자는 절박하다. 시장은 과거와 같은 '강한 삼성전자'로 인정받으려면 더 많은 것들을 증명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의 수장을 교체하고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노조는 이런 와중에 명분 없는 파업에 나섰다. '국민 주주'들은 지켜보고 있다. 무엇이 '밸류업'을 위한 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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