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 쓸어 담던 '큰손'…엔저 끝낼 '구원투수'로 나선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4.07.10 06:04

일본공적연금, 5년 만에 포트폴리오 재편 착수…
2000조 주무르는 연기금, 엔화 가치 끌어올릴까

일본공적연금(GPIF)이 달러 자산을 매각해 엔화 자산으로 재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큰 손'이 일본 주식·채권 등 자산을 사들이면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엔화 가치 추이에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AFPBBNews=뉴스1
일본공적연금(GPIF)이 달러 자산을 매각해 엔화 자산으로 재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큰손'이 일본 주식·채권 등 자산을 사들이면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엔화 가치 추이에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자산규모가 1조5300억달러(한화 약 2114조원)에 달하는 일본공적연금은 5년 만에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일본공적연금은 노르웨이 국부펀드, 한국 국민연금 등과 함께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 3대 연기금으로 통한다.

일본공적연금이 자산의 10%를 미국 달러 등 외화에서 일본 엔화로 옮기기만 해도 1500억달러(약 207조원) 안팎 자금이 움직이는 만큼 환율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테판 앵그릭 이코노미스트는 "10년 전 달러 자산 매입으로 전환한 것을 보면 이번엔 반대 방향(엔화 자산 매입)으로 움직일 수 있다"며 "막대하게 쌓인 달러 자산은 일종의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엔화 가치가 추락한 지금 같은 상황에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일본공적연금은 지난 10년간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해외 주식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근로자들이 부담하는 연금 보험료 중 연금 비용을 충당하고 남은 부분을 달러로 전환해 해외 자산을 매입했다.

지난 2014년 10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주도 아래 일본 채권 비중은 낮추고 해외 자산을 늘리는 전환이 이뤄졌다. 당초 20%대 초반이던 일본공적연금의 해외자산 투자 비중은 2014년 40%로 증가했고, 2020년엔 50%로 그 비중을 더 늘렸다.


최근 달러당 엔화 가치가 160~161엔 수준으로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것도 일본공적연금의 투자 전략 조정 요인이다.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달러 매도 등 개입에 나서고 있어 일본공적연금도 발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AFPBBNews=뉴스1
올 들어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일본공적연금의 최근 분기 투자 수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20%를 웃도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해외 자산 투자는 환율 변동성 등 위험이 따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본의 연기금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자국 통화인 엔화를 믿지 않는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최근 달러당 엔화 가치가 160~161엔 수준으로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것도 일본공적연금의 투자 전략 조정 요인이다.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달러 매도 등 개입에 나서고 있어 일본공적연금도 발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연구소의 타카히데 키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를 떠받치고 있는데 공적연금이 해외자산을 사들이면 정책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적연금이 일본 채권 비중을 높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말했다.

일본공적연금의 새 포트폴리오는 내년 4월부터 공식 적용되지만 원활한 자산 교체 작업을 위해 일부 자산의 매각과 매입을 앞당겨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 외환시장 규모와 변동성이 워낙 커 일본공적연금의 엔화 자산 매수에도 가치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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