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태양' 프로젝트, 9년 지연…"제품 결함 한국 탓 아냐"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 2024.07.09 15:44

한국이 납품한 '진공용기 결함'이 원인…하지만 한국 참여 제작 이전인 '설계'가 문제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국제 핵융합로 'ITER'의 오후 무렵 전경. /사진 제공=ITER

한국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 핵융합로 'ITER' 프로젝트의 완료 시기가 2025년에서 2034년으로 9년 미뤄진 것과 관련, 한국이 납품한 진공 용기의 결함이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이는 한국 연구진이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이전인 개념 설계 단계부터 확정된 설계안이어서, 제작 시 발생한 문제의 책임 소재는 묻지 않는 방향으로 내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일(현지시간) ITER 본부는 한국, 러시아, 미국, 인도,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 7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핵융합로 ITER의 완공 시기를 2025년에서 2034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 사무총장은 "기술적 결함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수급 문제"라고 설명했다.

바라바스키 ITER 사무총장이 언급한 '기술적 결함'은 핵융합기의 핵심 부품인 진공 용기(토러스)에서 발생했다. 핵융합은 가벼운 수소 원자를 1억도(℃) 이상의 초고온에서 서로 충돌시켜 무거운 헬륨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고온에서 빠르게 가속하는 상태의 수소를 '플라스마'라고 부른다. 이 플라스마를 만들고 가둬놓는 진공 상태의 그릇이 진공 용기다.

초고온 플라스마의 플라스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둬놓는 장치인 '토카막'. 토카막의 구성품 중에서 플라스마를 담는 진공 용기가 '토러스'다. /사진=ITER

9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이 진공 용기 바깥 부분에 부착되는 열 차폐용 구조물에서 균열이 발견된 게 ITER 완공 시기가 미뤄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진공 용기 단열을 위한 열 차폐체 냉각용 수도관을 은으로 도금하는 작업에 앞서, 구조물에 발린 염소(Cl) 용액을 깨끗이 세척하는 후처리 작업이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염소 용액이 제대로 세척되지 않았고 그 결과 구조물에 부식과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공 용기의 제작을 맡은 연구팀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의 ITER 한국사업단이다. 한국 연구팀은 2020년 ITER 진공 용기를 한국에서 제작해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위치한 ITER 현장에 처음으로 납품했다.

정기정 핵융합연 ITER 한국사업단장은 9일 "지난달 ITER 내부 회의를 통해 문제의 책임 소재가 제작이 아닌 설계 단계에서부터 빚어진 것으로 인정됐다"고 밝혔다. 한국이 ITER에 합류하기 전 ITER 기구에서 개념 설계를 마쳤고, 연구팀은 이 개념 설계에 기반해 부품을 제작했다는 사실이 기구 내부에서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 단장은 "여러 국가가 핵융합 발전의 구현을 위해 협동하는 공동 프로젝트인 만큼, 책임 소재를 따지기보다는 향후 계획을 면밀히 검토하고 진행하려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TER 건설은 앞서 2022년에도 프랑스 원자력 안전청(ASN)의 안전 점검에 따라 한 차례 중단된 바 있다. 납품된 진공 용기와 기존 설계 사이에서 밀리미터(㎜) 단위의 오차가 발견됐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ITER는 용접으로 해당 오차를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ASN은 오차로 인해 핵융합 연료인 방사성 물질(삼중수소)이 누출될 수 있다고 지적, 건설을 중단시켰다.

ITER 기구는 "2034년까지 핵융합로를 완공한 뒤 2039년 들어 핵융합로를 활용한 주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8일(현지시간) "이미 핵융합 산업에 뛰어든 민간 기업들이 ITER 건설에 앞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ITER는 미래 핵융합 산업의 기초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국제 물리학계의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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