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양산하는 은행제도 개혁이 필요한 이유[신간]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 2024.07.09 15:10

[서평]부채로만든 세상

"은행제도는 실패한 제도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게 하는 중요한 축인 은행 제도의 문제점을 총망라한 책이 나왔다. 실제로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채로 만든 세상'이란 책을 통해 은행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은행 제도가 과잉부채와 저성장, 양극화, 사회분열, 기후위기 등,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수많은 부작용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위기에 빠진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돈을 쏟아붓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오랜 세월 금융연구를 해 온 저자는 은행제도가 가진 모순과 부작용을 역사적 증거와 이론적 분석으로 명쾌하게 밝혀낸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건 은행의 주요 기능인 '대출'의 부작용이다. 은행이 예금을 받아 그 돈으로 대출한다고 대부분 믿고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은행은 대출을 통해 허공에서(ex nihilo) 예금을 뚝딱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대출을 받을 때 예금계좌에 금액 숫자를 넣고 엔터키를 치면 은행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만큼 이익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럴 때마다 은행 이익도 커지고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리려는 은행의 속성도 비롯된다는 것. 전 세계 경제가 과도한 부채에 신음하고 있는 현실은 현대 은행제도 특히 대출에서 기인한다는게 그의 논리다.

은행 입장에서는 부채인 예금에는 만기가 없어 은행 취약성의 근원이 된다고도 비판한다. 은행 간 대출 확대 경쟁으로 신용팽창이 벌어지면 필연적으로 불량차입자가 늘어나 은행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이 소식이 알려지면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을 유발할 수 있다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뱅크런도 예금의 만기가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명시한다. 뱅크런은 역사 속에서 반복돼왔고 은행의 역사는 파산의 역사라고 저자는 규정한다. 다만 중앙은행 제도가 생기면서 20세기 들어 대부분의 나라는 중앙은행을 통해 은행을 구제하고 있고 이 덕에 현대 은행들은 사실상 불사의 몸이 됐다는 해석도 단다.

그 결과 대형 은행들이 만들어졌고 이들에 의한 과도한 부채가 집적된 소위 부채의존경제(debt-dependent economies) 속에서 현대인이 살고 있다고 풀어낸다. 은행제도가 자생력을 갖지 못한 제도여서 특권을 부여받았고 현재 자본시장의 위기가 은행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도 부연한다.

결국 저자는 은행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를 위해 '100% 준비제도'를 통해 은행의 통화 창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다소 강경한 입장도 불사한다.

저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금융기관론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기신용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2003년부터 자본시장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원장 자문관,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자본시장분과위원장,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을 지냈다.

◇부채로 만든 세상/신보성/이콘/2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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