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문의 채용해 도수치료한 척…실손 10억원 빼먹은 한방병원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 2024.07.09 11:00

공진단 처방·피부미용 시술, 도수치료로 둔갑
70대 치매 전문의 고용해 허위 진료기록 발급… 보험설계사 5명도 가담

보험사기 상담실장과 직원 간 대화(발췌 재구성)/그래픽=윤선정
보험사기로 10억원의 실손보험금을 빼먹은 한방병원 의료진과 가짜환자 100여명이 적발됐다. 적발된 가짜환자 중에는 보험설계사 5명도 포함됐다. 병원장은 치매를 앓는 70대 전문의를 형식적으로 채용해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편취했다.

금융감독원과 부산경찰청은 한의사, 전문의, 간호사, 가짜환자 등으로 구성된 보험사기 일당 103명을 적발·검거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입수된 정보를 토대로 조직형 보험사기 기획조사를 실시해 부산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의사인 병원장 A는 치매를 앓는 70대 전문의를 형식적으로 채용했다. 한의사인 병원장의 진료 분야가 아닌 도수치료로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하려면 전문의가 필요해서다. 병원장은 간호사인 상담실장에게 전문의 명의를 이용해 허위 처방·진료 기록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상담실장은 병원에 방문한 환자에게 보험사기를 권유했다. 전문의 명의를 이용해 환자가 도수치료로 실손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허위 진료비 영수증을 작성·발급했다. 결제 금액에 상응하는 공진단(보약의 일종), 피부미용 시술(미백, 주름개선 등)을 가짜환자에게 제공했다.

병원 직원들은 일반환자와 보험사기에 가담한 가짜환자를 구분하기 위해 가짜환자 이름 옆에 '도수치료 대신 에스테틱(피부미용) 진행' 등 문구를 별도로 표시했다. 도수치료 명부에 보험사기 유형별로 색깔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치밀하게 관리했다. 예를 들어 공진단을 처방받은 가짜환자는 빨간색으로, 피부미용 시술을 받았다면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가짜환자 100여명은 의료진 권유에 현혹돼 공진단, 피부미용 시술을 받았다. 허위로 발급된 도수치료 영수증을 보험사에 제출해 실손보험금 10억원을 편취했다. 1인당 평균 1000만원꼴이다.


가짜환자 100여명을 IFAS(보험사기인지시스템)으로 연계분석한 결과 11명이 가족·지인 관계로 추정됐다. 또 이들 중 5명이 보험설계사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 5명 보험설계사는 형사처벌 외에도 영업정지와 등록취소 등 금융당국 행정제재를 별도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28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실시된 보험사기특별법 혐의로 검거된 병원장 및 조직폭력배, 브로커 등 일당 174명에 대한 브리핑 현장에 가짜 환자 병원 의무기록과 보험금 청구 서류 등 압수품이 공개돼 있다. 이들은 여유증·다한증이 실손 의료비 보험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수술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200회에 걸쳐 약 12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2024.5.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금감원은 보험사기를 주도한 병원 직원뿐만 아니라 여기에 동조·가담한 환자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다며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르면 보험사기에 가담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성형수술을 하고 도수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며 보험사기에 가담한 환자 25명이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350만원 벌금을 부과받고 보험금을 반환한 사례가 있다.

이번 사건은 올해 초 금감원과 경찰청이 MOU를 체결한 이후 보험사기 특별단속과 연계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 두 번째 사례다. 첫 성과는 지난 5월 발표한 MZ 조폭과 보험설계사가 연루된 조직적 보험사기 적발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보다 규모와 파급력이 더 큰 보험사기 건수가 몇 개 더 있다"며 "올해 9~10월 경찰의 특별단속에서도 집중적으로 성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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