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의 아들, 41세에 할리우드 제왕된 비결은

머니투데이 뉴욕=박준식 특파원 | 2024.07.09 02:56

[미쿡 투데이] 스카이댄스가 헐리우드 제국 파라마운트 삼킨 배경엔 실리콘밸리 지배자 래리 엘리슨 영향력...중국 일본 미국 자본 대기업 차례로 뿌리치고 유태계 재벌 가문끼리 빅딜, CJ ENM도 주주로 편입

편집자주 | 천조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오늘의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

래리 앨리슨 오라클 ceo (출처:블룸버그)
일론 머스크 이전에 래리 엘리슨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머스크가 아이언맨의 모티브가 됐다고 하지만 실제 원형은 오라클 창업자 엘리슨이었다. 엘리슨은 머스크도 존경해 마지 않는 실리콘밸리의 원조 악동으로 수십년간 유명했고, 지금은 대부급으로 평가받는다.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쫓겨날 위기에 있을 때 엘리슨은 10억 달러를 투자해 이사회 멤버가 되어 그를 보호해줬다. 또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는 과정에서도 10억 달러를 투자해 자금 부담을 덜어줬다.

래리 엘리슨은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와도 절친이었다.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자 50억 달러에 애플을 통째로 사들여 그를 복귀시키려 했다. 나중에 실제로 애플에 투자해 이사회를 통해 잡스 귀환을 완성했다. 엘리슨이 없었다면 아이폰도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그 괴팍한 잡스도 엘리슨이 네번째 결혼식을 올릴 때 사진기사를 자처했을 정도다.

1944년생 유태계 미혼모 아들로 태어나 입양 집안에서 천덕꾸러기로 자라다 두 개 대학에서 중퇴한 그는 '스트리트 스마트'로 실리콘밸리를 제패했다. IBM에서 일하다가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눈여겨보고 전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마케팅으로 경쟁자들을 밀어냈다. 일단 손해가 나도 사용자를 늘려 플랫폼을 구성했고, 고객을 일단 그 시스템에 종속시키면 시장이 커지는 속도에 따라 사업을 훨씬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엘리슨은 모험가다. 키 191cm에 강한 승부욕으로 재산을 200조원으로 늘려 세계 6번째, 미국 3번째 부자가 됐다. 하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요트팀의 일원으로 2013년 아메리칸 컵에 직접 나가 우승했다.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처럼 비행기를 몰줄 알고, 엄청난 돈을 각종 스포츠에 퍼부었다. 부동산이 전세계 40여채인데 2012년엔 하와이 6번째 섬인 라나이를 통째로 사들여 생태도시를 만들었다.
이런 엘리슨에게 핏줄은 공식적(?)으로 두 명이 있는데, 아들 데이비스와 딸 메간이다. 수차례 재혼을 한 탓에 유년기 아이들과는 친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로는 아버지가 범인이 아니란 것을 알고 화해한 것 같다. 그중에 큰 아들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을 아버지처럼 중퇴하고 한동안 연기자의 꿈을 위해 살았고 배우로서의 성공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데이비드에겐 아이언맨 아버지가 있었다. 2006년부터 부친의 도움으로 영화제작자로 변신한 데이비드 엘리슨은 2010년 자신의 회사 스카이댄스 미디어를 설립해 성공을 시작했다. 물론 과감히 뛰어들었던 첫 영화 라폐예트(2006)는 실패했다. 그러나 자본이 성공의 열쇠라는 것을 직감한 그는 4년 만에 아버지의 신용을 담보로 JP모건에서 2억 달러를 끌어모아 이듬해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일어서기 시작했다. 톰 크루즈와는 잭 리처로 다시 신뢰를 쌓았고, 브레드 피트의 월드워Z도 만들었다. 터미네이터 리부트 시리즈와 넷플릭스 올드가드 등으로 기반을 다졌고, 최근 탑건-매버릭으로 홈런을 쳤다.

데이비드의 성공은 아버지의 유무형 유산을 잘 물려받아 자신이 지혜롭게 활용한 결과다. 첫 실패를 계기로 작품성보다는 흥행성을 살폈고,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미국 주류가 좋아하는 톰 크루즈나 브레드 피트 등 기라성 같은 배우의 레거시 후속작에 크게 베팅했다. 미국인들이 향수를 가진 기존의 이야기에 새로운 세대의 색깔과 자본을 덧입혀 관객들이 애태웠던 리부트 시즌을 선사한 것이다. 배급 역시 기존 사업 초기부터 제휴했던 파라마운트와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새 시대에 맞게 카테고리 킬러인 넷플릭스까지 끌어들였으며 아버지 절친, 삼촌 회사인 애플 TV도 활용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래리 엘리슨의 아들은 사업 시작 약 18년 만에 헐리우드 제왕이 될 기회를 맞았다. 초기부터 신세를 졌던 그 유명한 파라마운트의 주인이 될 찬스가 주어진 것이다. 사실 내로라 하는 후보들도 꿈꾸지 못할 이 기회는 파라마운트의 복잡한 지배구조와 인수자의 태생적 신분, 거래 주요 당사자 가문의 신뢰가 없었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셰리 레드스톤

일단 파라마운트는 섬너 레드스톤 가문이 창업했는데 이들은 80년이 넘는 역사와 3대에 걸친 세습으로 인해 지분율이 10% 이하로 줄어든 상태였다. 가문의 후계자인 셰리 레드스톤은 1954년생 보스턴대 법학박사 상속법 변호사 출신으로 그룹 총수를 맡아오면서 옅어진 지분율을 내셔널 어뮤즈먼트라는 지주사의 의결권(77%)으로 보완해 왔다.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빅테크가 기존 미디어 산업을 위협하고 채널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부채는 늘어갔다. 칠순이 넘은 그는 지난 10년간 중국 완다그룹의 인수 시도(2016)와 워너 브라더스와의 합병실패, 대주주 워렌 버핏의 손절매(이상 2023) 등을 거치면서 지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와중에 일본 소니그룹과 사모펀드 아폴로의 제안도 있었지만 중국이나 일본이나 셰리에게 탐탁치 않기로는 매한가지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셰리의 마음을 흔든 것은 데이비드가 아니라 엘리슨 가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레드스톤이나 엘리슨 가문은 미디어와 테크그룹으로 이종사업을 펼쳐왔지만 사실 자수성가한 유태계라는 뿌리는 같다.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의 유대감은 이들의 연관적 포트폴리오로도 추측할 수 있다. 탑건 오리지널을 제작했던 파라마운트가 원작자와 소송을 하면서까지 속편 사업권을 스카이댄스에 내줘 사세를 키워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파라마운트 총수 셰리와 래리 엘리슨의 우정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일이다.

양지을 티빙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티빙X파라마운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티빙 2022.06.16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의 합병 거래는 한 차례 깨지기도 했다. 셰리 측 지주사를 대변하는 변호사들이 거래를 뒤흔들고 파라마운트 주주만 챙기던 밥 배키시 CEO(최고경영자)를 자른 것이다. 스카이댄스는 침착했고, 최대한 손실없이 가업을 정리하려던 셰리의 마음을 다독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지만 래리 엘리슨은 월가 최대 사모펀드인 KKR과 레드버드캐피탈을 아들에게 붙여줬다.

분명한 것은 거래에는 크게 드러나 있지 않지만 래리 엘리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사생아였음에도 돌잡이 전에 폐렴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고, 좋든 싫든 유태계 커뮤니티에서 다시 소생해 막대한 부를 일궈냈다. 1944년생인 래리가 그 시대부터 할리우드를 지배해온 유태계 비즈니스를 관련 사업에 소질이 있는 아들을 통해 소생시키는 것은 일종의 공동체 환원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넷플릭스 시대를 맞아 주인이 바뀌긴 했지만 엘리슨 가문이 차지한 파라마운트 거래에 한국이 다소(?) 끼어들 수 있었다는 점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중국의 완다와 일본의 소니가 퇴짜를 맞은 딜에 한국 기업인 CJ ENM이 주주가 된 것이다. CJ ENM은 2020년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스카이댄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일정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할리우드에서 유태계 파워를 알고 미리 네트워크를 맺어둔 이미경 CJ 부회장의 성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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