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대표 선거전 강타한 '김여사 문자 읽씹' 논란 …'어대한' 흔들까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 2024.07.08 17:56

[the300]

[광주=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윤상현(왼쪽부터),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8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7.08.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전이 혼전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대세론의 한동훈 후보가 총선 전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 사과 의향' 문자에 답장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읽씹'(읽고 무시했다는 뜻의 은어) 논란이 가열되면서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변화가 생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반면 일각에선 이번 논란 자체가 친윤 진영의 '전당대회 개입'으로 읽힐 수 있는 만큼 어대한 기류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이른바 '김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한 후보와 윤 대통령 부부의 불화설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읽씹' 논란은 지난 1월 중순 김 여사가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후보에게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의사를 담은 문자 메시지를 한 후보가 이를 읽고도 무시했다는 것이다. 전날 채널A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당시 한 후보에게 총 5차례 관련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나 후보는 이날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치란 건 가장 중요한 건 공식회의에서만 합의하는 거 아니지 않나"며 "소통의 기회를 차단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대위원장의 책임 역할 다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사과를 안 하는 취지였다고 해도 설득을 위한 소통을 해야 했고 사과하겠다는 취지였다면 더 큰 문제"라며 "공적 채널이 아니라고 무시했다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후보가 김건희 여사의 문자 메시지를 무시한 것이) 대통령과 의도적 차별화를 위한 것이었다면 굉장히 더 나쁜 것"이라고 했다.

윤상현 후보도 이날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가 5차례 문자 보냈으면 인간적으로 들어본다든지 답변 메시지라도 보냈으면 되지 않았나"며 "당시 가장 중요한 현안이었는데 적절히 잘 대처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과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 후보 측 이준우 대변인은 이 오전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여사가) 사과했을 경우에 적어도 선거 결과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서울만 하더라도 3% 차이로 진 곳이 6곳이고, 5% 차이면 10곳이 넘는다"며 한 후보 책임론을 재차 주장했다.

반면 한 후보 측은 "5차례 메시지가 실제로는 사과를 안 해야 하는 이유를 늘어놓은 문자였다"며 사실상 사과를 거절하는 의미였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는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가 필요하다는 뜻을 (대통령실) 전달했고, 그것에 대해서 큰 피해까지 본 상황이었다"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후보는 그 당시 김건희 여사님 사과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지 않나. 그때는 왜 아무 말도 안 했나"고 했다.

이번 논란이 당사자인 김 여사나 한 후보가 흘리지 않으면 알려지기 힘든 문자 메시지로 인해 촉발됐고, 이후 친윤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원 후보 등이 한 후보를 공격하고 있는 것을 두고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앞서 한 후보도 이번 사태를 '전당대회 개입이자 당무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지난 6일 SBS 유튜브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얘기를 일부러 만들어내고 하는 것은 참 비정상적인 전대 개입이자 당무 개입으로 많은 분이 생각하실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어대한' 기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월 말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서천 재래시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만나 갈등 상황이 종료된 듯했지만 이번 논란에서 보듯 당시 양측의 갈등이 완벽히 봉합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어대한' 기류가 이어질 수 있는지는 당원들이 윤 대통령과 한 후보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달렸다고 본다. 지난 5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업체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보도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이 당 대표에 나선 후보 중 누구를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마음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전체 응답자의 44.4%가 원 후보를 선택했다. 한 후보를 고른 이들은 28.8%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47.4%가 한 후보에게 '윤심'이 있다고 봤다. 원 후보를 고른 지지자들은 31.9%에 그쳤다. 여전히 윤심이 한 후보에게 있다고 보는 지지자들이 더 많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번 논란 이후 이들이 표심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따라 '어대한' 기류도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전히 한 후보가 우세하다고 보지만, 초반의 '어대한'의 기류는 꺾인 듯하다"며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은 한 후보와 윤 대통령 사이의 갈등 관계를 재차 부각하는 만큼 한 후보에게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이번 논란이 '어대한'의 흐름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웬만한 공세로는 어대한 기류를 꺾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 후보를 두고 친윤들이 린치를 가하는 형국은 오히려 한 후보의 동정표를 몰아줄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이준석 의원을 당 대표로 당선시켰던 '당심이 민심을 쫓아가는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당내에선 이번 논란이 가중되면서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건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에 따라 감정이 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여당이 108석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당이 분열되는 건 윤 대통령은 물론 집권여당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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