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밸리' 무산 후폭풍…지체보상금 감면 공방

머니투데이 홍세미 기자 | 2024.07.08 16:07

[이슈인사이드]경기도, "민간→공영개발 방식으로 변경"…CJ라이브시티 측 "제도·행정 지원 없어 아쉬워 "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K-컬처밸리' 부지 앞/사진=홍세미 기자
"갑자기 결정된 사안이라 많이 당황스럽죠. 그동안 자재비와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공사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돌았지만, 이렇게 완전 무효가 될줄은 몰랐어요."

지난 5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K-컬처밸리' 부지 앞은 적막감이 돌았다. 작업이 한창일 평일 낮 시간대지만 공사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공사 가림막 너머로는 짓다 만 '철근 뼈대'가 보였다. 2021년 10월 'K-컬처밸리' 조성 사업'의 착공식이 개최되며 첫 삽을 떴지만, 원자재 비용 상승과 한국전력의 대용량 전력 공급 유예 통보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4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K-컬처밸리' 조성 사업은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경기도 소유 부지 32만6400㎡에 세계 최대 규모의 K-팝 공연장(아레나)과 스튜디오·테마파크·숙박시설·관광단지 등을 조성하는 내용의 사업이다. 사업비만 무려 2조 원이 투입되는 경기 북부 최대 규모 사업이었다.

지난 2015년 공모를 통해 CJ그룹이 선정됐고, 경기도는 2016년 CJ그룹 계열사인 CJ라이브시티와 협약을 맺었다. 경기도와 고양시가 행정적 지원을 담당하고 CJ그룹이 투자 유치와 사업 시행 등을 맡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지난 1일 경기도가 'K-컬처밸리' 사업 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와 사업 협약을 전격 해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부지를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이 참여하는 공공주도의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CJ라이브시티는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한 현 결과에 매우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CJ라이브시티 위치도/사진=더리더
◇계약해지 촉발한 '지체보상금' 1000억원…"조정 해야" vs. "배임 소지"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는 지체보상금과 완공시기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지체보상금은 민간사업자가 기한 내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지불해야 하는 배상금이다.

경기도는 당초 완공하기로 한 기한인 2020년부터 늦어진 날짜만큼 지체보상금을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도에 따르면 CJ라이브시티가 지체보상금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은 1000억원에 이른다.

CJ라이브시티 측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 △건설경기가 악화된 점 △한국전력공사가 공연장에 사용할 대용량 공급전력 수급이 힘들다고 전하면서 공사가 지체된 점 등을 내세우며 완공 기간 연장과 지체상금을 조정해달라고 도에 요구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의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안을 조정 근거로 삼았다. PF조정위원회에서는 지난해 12월 'K-컬처랜드' 사업에 대해 △완공기한 연장 △전력공급 재개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감면 △전력공급 재개 시까지 재산세 면제 등을 담은 'PF 조정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도는 조정위원회의 'PF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체보상금을 조정하면 '배임' 행위가 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현곤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률자문 결과 지체보상금 감면은 특혜·배임문제가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지속 표명해왔다"면서 "그러나 사업시행자가 지체보상금 감면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며 갑자기 입장을 변경했다. 경기도는 기업여건 등을 고려해 최대한 협력했지만, 더 이상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해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 간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지 매입을 비롯해 지난 8년 동안의 인건비 등 CJ라이브시티가 운영비를 대부분 보전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송을 통해 해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당초 도는 CJ라이브시티와 연장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협상안까지 만들며 적극적으로 검토했다"며 "그러나 CJ라이브시티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바람에 판이 뒤집혀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라이브시티 측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게 아니"라며 "조정위에서 발표한 조정안을 두고 경기도와 지속적으로 협의했던 과정"이라고 밝혔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추진됐던 K-컬처밸리 핵심 시설인 CJ라이브시티 조감도/사진제공=CJ E&M
◇갑자기 발표된 무산 소식에 고양주민 '허탈'..."기업 들어와 기대 했는데"

CJ라이브시티 계약 무효 소식이 전해지자 이동환 고양시장은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 시장은 지난 4일 민선 8기 2주년 기자회견에서 "경기 북부 최대 사업인 K-컬처시티가 무산돼 매우 유감"이라며 "도와 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시에 유리한 개발이 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고양시 주민들도 상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 일산 동구에 거주하는 주민 A씨(여·54세)는 "K-컬처밸리를 짓는다고 8년이나 빈 곳으로 방치됐는데 이제와서 무산되니 허탈한 심경"이라며 "경기가 어려운 건 알겠지만 국가나 도에서 지원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포기하고 손을 놔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양시 주민 B씨(남·40세)는 "경기도가 공공개발로 추진한다고 했는데, 어떤 것으로 개발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도 않은 것 아니냐"라며 "고양시는 특례시지만 큰 기업이 없다. 민간 기업이 들어와 투자하고 일자리가 유치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이마저도 무산되니 참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경기도 주민들은 경기도 청원홈페이지에 'CJ라이브시티 관련 상세한 소명, 재검토, 타임라인 제시 요청' 이라는 글의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8일 기준 76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했다. 청원 동의자가 1만 명이 넘으면 도지사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한편 경기도는 공공주도의 공영개발 방식 계획을 마련해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금은 공영개발 방식 계획을 마련하는 단계"라며 "관련부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고, 구체적인 플랜이 나오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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