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살겠다" 심판 받은 프랑스·영국 정부…정부 빚 확대 우려도↑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24.07.08 15:32

마크롱의 승부수 절반의 성공, 극우정당 누른 좌파 연합…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재정 악화 우려로 유로화 0.3%↓
정치적 불확실성에 CAC 40지수 5월 초 이후 10% 빠져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부 리모주에서 전 대통령이자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TV 토론을 마친 후 자신의 차를 타고 떠나고 있다./AFPBBNews=뉴스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치적 모험이 절반은 통했다. 극우의 득세를 막기 위해 총선 2차 투표를 앞두고 좌파 연합과 후보를 단일화한 전략이 먹혔다. 극우가 과반을 차지하는 '참사'는 막았으나 앞으로가 문제다. 어느 당도 의석수 절반을 넘지 못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좌파 연합이 1위로 올라서 재정부담 우려도 커졌다. 시장은 유로존 2위 경제 대국 프랑스의 미래를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 결과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예상을 뒤엎고 182석을 확보했다. 마크롱의 중도파 앙상블 연합이 163석으로 뒤를 이었고 마린 르펜의 극우정당 RN은 143석에 그쳤다. 이전의 88석에 비해서는 크게 세를 불렸으나 2차 투표 직전 좌파 연합과 범여권의 대대적 후보 단일화로 1차 투표에서 분 극우 돌풍이 한풀 꺾였다.

올해 1월 취임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집권 여당의 선거 실패를 인정하고 8일 사퇴를 예고했다. 마크롱과 좌파 연합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될 예정이다. 극우 돌풍은 눌렀지만 시장의 우려는 짙다. 프랑스는 대통령이 국회 최다 의석 당에서 총리를 선택하는데 마크롱으로선 추후 정부 구성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사회당, 녹색당 등 NFP 내부에서도 상대적 온건파와 보수파에게 손을 내밀 가능성이 높다.

7일 열린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 결과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182석을 차지하며 의회 제1당을 차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연합이 163석, RN과 연대세력이 143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래픽=뉴스1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시장은 추후 좌파 연합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재정 부담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유로화는 달러 대비 0.3% 하락했다. 프랑스 국채 수익률도 뛰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국채의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가산금리)는 80bp(베이시스 포인트)로 치솟은 후 지난 5일에야 66bp로 마감했다. 이는 유로존 국가 부채 위기 이후로 최고치다. 극우 정당의 집권 우려에 CAC 40지수는 5월 중순 이후 10% 뒤로 밀렸다가 이달 들어서야 소폭 회복됐다.

NFP는 증세가 없는 최저 임금의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정당들이 난립해 의회가 교착 상태가 되면 국가 부채 감소 노력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의 공공 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3% 이하로 유지하란 유럽연합(EU)의 지침을 따르지 않은 가운데 부채 감축 방법을 논의하는 정당이 없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는 지난 5월 프랑스 국채 등급을 AA-로 강등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선거 승리 축하 행사에서 아내 빅토리아 스타머를 껴안고 있다/로이터=뉴스1
지난주 총선에서 14년 만에 노동당이 집권한 영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국민건강보험 등 공공 서비스 지출을 늘리겠단 방침이나 예산 확보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IFS의 수석경제학자 이사벨 스톡턴은 "성장은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고 부채 이자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 모든 조합은 영국의 전후 역사상 어떤 의회보다 더 나빠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의 공공부채는 2019년 86%, 2007년 43%에서 올해 GDP의 104%로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에 따르면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2019년 97%, 2007년 65%에서 GDP의 112%로 증가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에서 공공 재정 적자가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3%포인트 높아져 재정 확대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자도 늘었지만 팬데믹과 무관한 지출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재정적 신중함의 표본인 독일조차 2010년대의 재정 흑자에서 최근엔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늘어난 군비 탓이다. 올라프 숄츠 총리의 3당 연합은 수개월간 힘든 협상 끝에 간신히 내년 예산 협상에 합의했다. 차입 규칙을 엄격히 고수하되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군사비 지출을 늘리기로 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강력한 경제 성장과 군비 삭감을 통해 재정 적자를 줄였다. 미국의 군비 지출은 1950년대 초 GDP의 약 16%에서 현재는 4% 미만으로 떨어졌고, 영국도 같은 시기 10% 이상에서 약 2%로 떨어졌다. 지금은 고령화로 공적연금과 의료재정 부담이 급증한 가운데 지정학적 긴장까지 심화해 군비를 더 늘려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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