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이제 드라마의 성공은 자막 때문인가

머니투데이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 2024.07.09 02:03
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드라마 '커넥션'은 14%의 보기 드문 시청률을 기록하고 마침내 종영했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세계적인 화제와 흥행에도 4~5%의 시청률을 기록한 점을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높은 시청률은 드라마 '커넥션'이 보여준 박진감 넘치는 예측불허의 전개는 물론 완성도 높은 스토리 구성이 전제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하나의 비결이 있었다. 바로 자막 제공이다. 자막은 최근 드라마에 곧잘 등장하는데 이는 글로벌 OTT 때문이라는 게 꽤 알려진 사실이다. 비록 글로벌 OTT의 영향이지만 자막을 둘러싼 편견의 해소를 내포하고 있다.

자막은 대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조치로 생각됐다. 흔히 장애인에게 접근성을 높인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라고 하면 자막의 구성을 말한다. 특히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콘텐츠의 이해를 위한 필수요소가 자막이다. 이는 TV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자막은 단지 아예 들리지 않는 장애인뿐만이 아니라 난청인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저시력장애가 있는 시청자나 관객들에게도 자막은 중요하다. 잘 보이지 않는 화면을 자막이 이해를 돕기 때문이다. 이제 100세 시대가 되면서 더욱 중요해진 자막이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저시력을 가진 인구가 매우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울러 청력이 떨어지는 사람들도 비례할 수밖에 없다.

장애나 평균수명의 증가만이 아니어도 자막이 필요한 이유는 애초부터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는 과잉정보성(information overload)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많은 정보가 많이 담긴 콘텐츠는 수용자들이 이해할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이 처한 환경도 생각해야 한다. 특히 TV 시청에서는 각종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재잘거리는 아이가 있거나 주방세척, 청소기 소음이 있을 때 잘 들을 수 없다. 가족끼리 대화를 하면서 TV를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요컨대 매체의 특성과 환경요인 때문이다. 아울러 같은 한국말이라 해도 완벽하게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새로운 신조어나 어려운 표현은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그 대사의 표현 주체에서 세대가 다를 경우 이는 더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작품에 따라서는 음향효과에 덜 신경 쓰는 사례도 잦다. 아울러 배우에 따라 딕션(diction)이 떨어지기도 한다. 즉 전달력을 위해 신경은 물론 제작비를 배정하는데 인색하기도 하다.


최근 방송 드라마에서는 재방송의 경우 자막을 사용해왔다. 특히 SBS는 선두주자로 '모범택시2' '악귀' 등에서도 자막을 등장시켰다. '7인의 부활'을 필두로 본방송에 한글자막을 도입했으며 드라마 '커넥션'도 본방송에 자막을 넣었다. 이 때문에 본방송부터 드라마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즐기는 게 더 편리했다. 대개 이런 자막은 장르물에 더 많이 등장했다. 아무래도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을 때 자막이 효과를 발휘한다. 더구나 결정적인 실마리나 상징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압축적인 전개일수록 자막은 중요하다. 즉 액션, 미스터리, 스릴러물 등에 적합하다. 이런 점에서 드라마 '커넥션'은 유효적절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자막 때문에 드라마의 시청률이 성공적인지 알 수는 없다. 드라마 '수사반장 1985'도 자막을 사용했지만 대중적인 주목도나 화제성은 높지 않았다. 물론 시청자들은 편하게 시청했다. 앞으로 MBC가 후속 드라마에서 자막 사용을 늘린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다른 방송사 드라마도 자막 활용으로 좋은 드라마가 더 전달되게 해야 한다. 애초부터 자막은 장애 여부나 낮은 이해력과는 별개였다. 좋은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할 뿐이다. 100세 시대와 디지털 시대에 맞게 새롭게 거듭나고 있을 뿐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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