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김일성 사후 30년..오물풍선까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24.07.08 03:25
(서울=뉴스1) = 5월29일 충남지역에서 발견된 대남전단 풍선 추정 물체.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4.5.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 30년전 그해 1994년 늦봄과 여름은 무척 더웠다. 그해 7월에는 섭씨(℃) 35 ~ 39도가 넘는 초고온 현상이 10일 이상 지속됐고 TV뉴스에서는 한낮의 아스팔트에서 날계란을 익히는 장면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남북 관계도 어느때보다 경색됐고 롤러코스터같은 국면이 지속됐다. 그해 3월에는 그 유명한 서울불바다 발언이 나왔다.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접촉 북측 당국자가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은,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라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 비공개가 원칙인 회담장면과 발언이 청와대의 묵인하에 TV뉴스를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한두달 뒤부터 알려지자 북한을 성토하는 여론은 들끓었다. 당시 논산훈련소 훈련병들의 가슴은 '정말 전쟁나나?'라는 조바심 속에 타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반전이 있긴 했다. 그해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한 것이다. 카터의 중재하에 북한이 문제가 됐던 핵재처리시설 가동을 중지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만나서 담판짓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7월8일(30년 전 오늘) 김일성의 급서로 7월25일로 예정됐던 남북 정상회담은 결국 이뤄지지 못 했다.

# 올해 6월은 기상 관측망을 전국으로 확충한 1973년 이후 52년 가운데 가장 더웠다. 일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지역이 많았고 서울의 평균 최고기온은 30.1도로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남북 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북한의 '오물풍선'이 수시로 국경을 넘었고 공원부터 학교, 공공시설, 논밭, 어린이놀이터 등 가리지 않고 여러 곳에 떨어졌다. 퇴비같은 악취를 동반하는 오물부터 김정은 등 최고지도자 선전물 등 종이뭉치까지 포함됐다. 남측의 탈북자단체가 대북 선전물과 전단을 띄워보내는 것에 대항한다는 것이 북측이 내건 이유였다. 정부의 오물풍선 대응조치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6년 만에 재개됐다. 정부의 확성기 재가동은 북한의 저열한 도발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일 것이다. 상대를 겨냥한 군사훈련과 미사일실험, 작업을 빙자한 북한군의 의도한듯, 무심한 월경도 빈번히 일어났다. 최근 입대했다는 지인의 아들이 배속된 부대의 오물풍선 수거작업에 투입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30년 전과 달리 이렇다할 교섭이나 중재노력은 없다. 6월19일 평양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것이 알려진 정도로 정상회담에서 푸틴과 김정은은 양국 관계를 혈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까진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 남북의 대치 속에 피해를 보는 이들이 있다. 남측 접경지 주민들은 불안감을 계속해서 호소중이며 어로작업 등에도 피해를 겪고 있다. 북한쪽도 민심 동요 등을 우려해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매설 작업을 이어가다 연이은 사상사고가 벌어졌다는 우리 군의 보고도 있다.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지 말고 더 이상 도발적 행동을 하지 않도록 정부의 강경한 원칙론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극적인 상황변화를 겪었던 1994년 당시에도 미국이 카터의 중재에도 북한의 영변 원자로 등에 대한 폭격까지 검토해 제2의 6.25 발발에 가장 근접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한참 뒤였다. 이렇다할 남북한 대화채널이 구축되지 않은 탓이었다.

남북간 긴장 정도가 올라갈수록 우려스러운 것은 남북 양측의 오판과 오인에 의한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다. 소통채널이 끊겨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회고록과 현 정부의 외교.안보브레인들이 다수 저술에 참여한 '한국의 외교안보와 통일 70년' 등을 보면 강력한 대북억제전략 못지 않게 수많은 남북교류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시 만나려고 하면 최소한의 남북 접촉선은 마련해둬야 하지 않을까.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99세의 카터가 다시 대한민국에 올수 없다면 말이다. 지금 남북은 '헤어질 결심'만 고집스럽게 마음먹었을뿐 '다시 만날 결심'은 애써 멀리하고 있다.

배성민 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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