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트럼프 2.0'의 환율정책

머니투데이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2024.07.08 02:03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트럼프 2.0' 시대가 도래하는 걸까. 이미 한 차례 경험한 처지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나 그의 임기 말 벌어진 광란 등을 생각하면 불안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트럼프 2기의 정책이나 함의를 세세히 따지긴 어렵지만 당장에 그의 환율정책은 구체적인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까지 초강세를 이어온 달러의 향방을 좌우할 쟁점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달러약세를 선호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얼마 전 트럼프의 경제책사로 트럼프 1기의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저가 달러약세의 필요성을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 그 방안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나 1980년대 중반 달러약세를 견인한 플라자 합의의 재연 등이 거론된다. 물론 라이시저는 통화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은 위험하며 과거 플라자 합의 때와 지금은 여건이 다르다며 구체적인 정책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 1기에서도 라이시저를 필두로 달러약세 정책의 전면화를 두고 논의가 이어졌지만 자본유입 위축 등 미국 금융의 피해를 경계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월가 출신 측근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다만 위안화 저평가가 불공정 무역을 이끈다며 정식 법령이 아니라 편법을 동원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환율 관리는 지속됐다. 이에 달러화지수는 트럼프 1기 중 10%가량 떨어졌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휘둘리던 원/달러 환율조차 대체로 1100원대의 안정된 흐름을 이어갔다.


따라서 트럼프 2기에도 공세적인 대중 관세 및 제재 강도를 더욱 높이는 한편 상호 보복의 악순환을 회피할 협상카드로서 달러약세를 도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980년대 통상분쟁에서도 관세인상 공세를 빌미로 예의 플라자 합의를 통해 미국과 일본, 독일 간에 환율조정(달러약세와 엔 및 마르크 강세)에 기반한 무역 불균형 시정에 합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독일 기업들은 직접투자 확대라는 우회로를 찾으면서 대미 수출은 줄어들지만 오히려 대미 매출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역시 과잉생산과 수출확대의 배경으로 미국의 투자규제 등에 따른 외자이탈과 위안약세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위안절상과 제재완화는 수용 가능한 해법일 수 있다. 문제는 상호 합의의 성사 여부다. 플라자 합의만 해도 동맹국 간의 이슈였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중국이 관건이다. 이미 중국을 필두로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주도국들은 달러의 무기화 등을 문제 삼으며 비달러 국제지급망 구축 등 탈달러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추세다.

결국 국제적 차원의 신뢰를 수반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의 일방적인 환율정책은 순조로운 환율조정에 기반한 '플라자 합의 2.0'보다는 오히려 '닉슨 쇼크 2.0'으로 귀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달러 헤게모니의 붕괴에 대한 투기를 유발해 1970년대 초 닉슨 쇼크와 같은 국제통화 및 금융질서의 혼돈과 재편을 자극하지는 않을지 신경이 곤두서는 시점이다.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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