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재개되나…19년 만에 '개혁파' 대통령 당선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4.07.06 14:50

페제시키안, 심장외과의사 출신 온건 개혁파로 득표율 44.3%

이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중도·개혁 성향 마수드 페제시키안(가운데) 마즐리스(의회) 의원이 5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 인근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란에서 온건 개혁파 성향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는 이란핵합의(JCPOA) 복원, 히잡 단속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이란 권력 서열 1위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인 강경 보수파 후보가 당선될 거란 기존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간 지속된 가자지구 전쟁이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세력 간 전쟁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나온 결과로 중동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란의 실질적인 통치 권한은 최고지도자에게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 결과로 이란에 큰 변화가 있을 거란 기대는 높지 않다.

6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0시에 종료된 이란 대선 결선투표에서 온건 개혁파 후보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1638만4403표(54.7%)를 얻어 이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경쟁자인 사이드 잘릴리 후보는 1353만8179표(44.3%)를 얻었다. 이란에서 결선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한 것은 2005년 이후 19년 만이다. 결선 투표율은 1차 투표의 39.9%(1979년 이슬람 공화국 건국 이래 사상 최저치)보다 높은 49.8%로 집계됐다.

페제시키안 당선자는 당선 확정 후 국영 IRIB 방송을 통한 첫 연설에서 "모든 사람에게 우정의 손을 내밀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 나라의 국민"이라며 "국가의 발전을 위해 모든 사람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이라크 전쟁 참전용사이자 심장외과의사 출신인 페제시키안 당선자는 오랫동안 이란의 국내 및 국제 개혁을 지지해 왔다. 그는 이번 대선 공약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대가로 국제 제재를 해제하는 이란핵합의 복원과 히잡 규제 완화를 내세웠다. 또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서방과의 대립 관계도 완화하겠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직후 이란핵합의 복원을 선언하고, 지난 2021년 4월부터 이란과 관련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협상은 2022년 8월을 끝으로 중단됐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인근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외신은 서방 제재로 인한 경제난과 히잡 규제 강화 등으로 이란 정부를 향한 불만이 커졌고, 이것이 페제시키안의 당선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또 보수·비개혁 후보가 많아 표심이 분산된 것도 페제시키안 당선 배경으로 꼽았다. 이번 대선은 강경 보수 성향의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갑작스럽게 치러졌다. 당초 계획(2025년)보다 1년 일찍 치러진 이번 대선 결과로 이란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개혁파 대통령이 탄생하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다만 WSJ은 "페제시키안은 지난 10년 동안 반복적으로 시위가 벌어진 이란의 경제와 점점 더 많은 불만을 표출하는 국민 관리가 필요한 이란 정치의 위험한 극장에서 활동해야 한다"며 "그의 야심에 찬 공약인 히잡 완화 및 핵 협정을 통한 경제 부흥은 보수적인 의회의 거부권 행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이번 결선 투표는 5일 오전 8시에 시작돼 오후 6시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2시간씩 3차례 연장돼 하루를 넘긴 이날 0시에 종료됐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유권자들이 폭염에도 투표권 행사를 위해 전국 각 도시와 마을의 투표소를 찾았다며 "남녀노소 유권자 모두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결선 선거에 참여하는 뜨거운 애국심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온라인 영상에 따르면 일부 투표소는 텅 비어있었고, 테헤란의 수십 개 투표소를 조사한 결과 투표소 주변은 경비가 삼엄한 가운데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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