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청량리역을 나오자마자 신문 가판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과 마주쳤다. 웬일인가 싶어 쳐다보니 로또를 사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었다. 로또 1등이 10번 넘게 나온 로또 명당이었는데, 그곳에서 로또를 사면 정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높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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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1000원짜리 로또 복권의 경제적 가치(당첨금)는 얼마일까? ━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홈페이지에서 2023년 복권사업 실적을 찾으면 로또 판매액 5조6526억원 중 당첨금은 정확하게 50%인 2조8263억원으로 나온다. 로또 판매점이 가져가는 약 5.5%(부가세 0.5% 포함)의 판매수수료를 제외한 수익금은 법정사업과 저소득층 주거 안정, 취약계층 복지, 문화예술 진흥 등 공익사업에 사용된다.
로또를 사면서 지불한 돈이 정부의 재원으로 활용되지만, 어쨌든 구매자에게 로또 복권의 경제적 가치는 500원이다. 정답: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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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로또 명당에서 사면 당첨 확률이 높아질까?━
그런데 1등 로또가 한번 나오고 사람들이 몰리고 로또 판매가 늘면서 다시 1등이 나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속칭 '로또 명당'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즉, 인과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일 수 있다. 로또 명당이라서 1등이 나오고 로또가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로또 명당이라고 소문이 나서 로또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팔리고 1등 당첨도 증가하는 것이다.
A의 로또 판매금액은 로또 판매점 평균보다 약 40배가 많기 때문에 이 판매점의 로또 1등 당첨도 40배가량 많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구매 금액당 로또 당첨 확률은 다른 판매점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기획재정부의 온라인복권 1등(자동선택) 당첨 판매점 현황에 따르면 1070~1122회차(23.6.3.~24.6.1.)에서 A판매점의 1등 당첨 횟수는 3회다. 이 기간 수동선택으로 당첨된 사례는 없다. 적지 않은 횟수지만 200억원에 달하는 판매금액을 고려할 때 사람들의 기대만큼 1등 당첨이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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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로또를 사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떤 걸까?━
특히 1979년 카너먼 교수가 발표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은 학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불확실한 상황하에서 인간이 이익과 손실에 따라 욕망과 두려움을 느끼며 이는 곧장 비합리적인 결정으로 연결된다는 이론이다.
네 갈래 유형의 4분면 중 왼쪽 하단에 있는 '가능성 효과(Possibility Effect)'가 복권이 인기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가능성 효과는 발생 가능성이 낮음에도 높은 결정 가중치가 부여되는 현상이다. 즉 위의 경우 행동(이를테면, 복권 구매)을 함으로써 0%의 확률이 5%로 바뀌게 되는데, 확률은 5%포인트밖에 안 변하지만 불가능에서 가능으로의 질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결국 1만달러를 딸 확률이 5%밖에 안돼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 리스크를 추구하는 것이다.
로또도 마찬가지다. 당첨금이 아주 크면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당첨 확률이 낮다는 사실에 아예 무관심해진다. 복권이 없으면 당첨이 100% 불가능하고 복권이 있어야 당첨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지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사람들은 복권을 사면서 달콤한 꿈을 꿀 권리도 함께 얻는다. 처음 얘기한 지인의 경우도 복권이 없으면 당첨 가능성이 0%이며 복권이 있어야 당첨될 수 있기 때문에 연금복권을 사는 것이다. 결국 일주일간 가질 수 있는 달콤한 꿈과 희망은 복권 구입의 보너스다.
로또가 주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건 희망·기대를 가질 수 있는 기회다. 앞으로도 로또 판매는 계속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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