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수출품은 불안증? [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 2024.07.07 06:00

편집자주 | 근래 들어 청소년에게서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하는 원인을 스마트폰 사용에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PADO에서도 소개한 조너선 하이트의 신간 '불안한 세대'에서도 비슷한 지적(하이트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제를 다룹니다)을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애틀랜틱의 데릭 톰슨은 다른 언어권에 비해 유독 영어권에서만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파고들면서 또다른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미국의 정신의학계가 정신질환의 정의를 확장하면서 정상에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질환의 진단을 많이 내리게 됐고 이것이 SNS의 유행과 언론매체 내 부정적 뉴스의 폭증과 결합해 영어권 전반으로 불안증을 '수출'하고 있다는 가설입니다. 상당히 대담한 가설인지라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톰슨이 거론하는 네 가지 주요 요인들은 분명 그 징후가 뚜렷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은 이 기사를 두고 '올해 가장 훌륭하고 중요한 기사 중 하나'라 평했습니다. 하이트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라기 보다는 '보론'으로 볼 수 있는 이 기사는 미국은 물론이고 나아가 영어권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SNS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일상의 관찰 뿐만 아니라 많은 실험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SNS, 전면부 카메라가 전 세계를 휩쓰는 듯 한 부정적 감정의 물결에 기여하면서 청소년 불안감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스마트폰이 그 원인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가설에 의문을 제기할 작은 이유가 있다. 140개국 이상에서 수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나온 올해의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5페이지를 보라. "2006년부터 2023년 사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 30세 미만 인구의 행복도가 크게 감소했으며 서유럽에서도 감소했다." 보고서는 말한다. 하지만 여기 함정이 있다. 세계 다른 곳에서는 이 기간 동안 30세 미만의 행복도가 대체로 증가했다. "중부 및 동부 유럽에서는 모든 연령대에서 행복도가 크게 상승했다." 보고서는 말한다. "구소련 지역과 동아시아에서도 모든 연령대에서 행복도가 크게 증가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스마트폰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불안감 증가는 전세계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규모가 크고 신뢰할 만한 조사들 몇몇을 보면 이러한 현상은 주로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불행이 증가하고 있는 국가들의 특별한 점을 찾아보자면 대부분 서구 선진국이란 공통점이 있죠."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자 세계행복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존 헬리웰이 말했다. "그리고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이고요."

청소년 고통의 가장 객관적인 지표인 자살과 자해를 살펴보면 더욱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난다. 미국과 영국에서 자살은 분명히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영어권 국가 전반에 걸쳐 Z세대 여성의 자살 시도와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 급증했다. 여기에는 호주와 뉴질랜드도 포함된다. 하지만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같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고소득 국가에서는 자살이나 자해 시도의 증가가 없다. 복스Vox의 에릭 레비츠Eric Levitz가 쓴 바와 같이, 15세에서 19세 사이의 자살률은 실제로 2012년부터 2019년 사이에 유럽 대륙 전역에서 크게 감소했다.

행복이란 정말 측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헬리웰 교수에게 더 많은 자료를 요청했다. 그는 프랑스어와 영어 두 가지 공식 언어를 가진 자신의 모국인 캐나다를 더 자세히 살펴보자고 제안했다. 퀘벡에서는 인구의 80% 이상이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이웃한 온타리오에서는 인구의 4% 미만이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퀘벡은 '정신건강의 악화가 젊은 비영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덜한가?'라는 질문을 테스트하기에 완벽한 장소로 보인다.

그리고 그 답은 '예'인 것 같다. 세계행복보고서에 사용된 갤럽의 데이터에 따르면 퀘벡의 30세 미만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는 캐나다의 다른 지역 사람들에 비해 절반 정도만 하락했다고 헬리웰 교수는 말했다. 응답자의 선호 언어를 묻는 캐나다 종합사회조사의 별도 분석에서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과 앨버타대학의 연구자들은 집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젊은이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이들보다 행복도 감소가 더 적었음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영어권 캐나다에서 청년 행복도가 프랑스어권 캐나다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 경향성 측정치는 영어권에서 상승하고 있지만 다른 환경은 유사하나 영어를 국어로 쓰지 않는 국가에서는 그렇지 않다.

영어권의 절망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 사라질 통계학적 환상일 수 있다. 어쩌면 영어 사용이 경제 발전 수준을 대략적으로나마 반영하는 지표일 수 있으며 이런 현상이 주로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부유한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언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상관관계가 있을지에 대한 어떤 논문도 찾지 못했다. 국제 행복 연구의 저명한 전문가인 헬리웰 교수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행복 전문가들과 심리학자들 여럿과 대화를 나는 후, 나는 잠정적인 가설 하나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새로운 서구적 정신건강 이론의 국제적 전파를 목격하고 있다. 이는 서구식--어쩌면 그냥 '미국식'--절망의 세계화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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