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국 정치에 대해 가장 많이 논의되는 사안은 미국의 극심한 양극화일 것이다. 공화당은 여러 측면에서 우클릭했고, 민주당은 좌클릭했다. 양당은 서로를 생존의 위협으로 본다. 정치인과 평론가들은 종종 이러한 양극화의 한 결과로 워싱턴 정가의 교착 상태를 지적한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어야 할 국가에서 지난 4년은 설명하기 어렵다. 이 시기는 수십 년 만에 워싱턴 정가가 초당파적으로 가장 생산적인 활동을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의회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함께 모여 긴급대책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동안 의회는 인프라와 반도체 칩에 대한 주요 법안뿐만 아니라 퇴역군인 건강, 총기 폭력, 우편 서비스, 항공 시스템, 동성 결혼, 반아시아 혐오 범죄, 선거 과정에 대한 법안을 초당적 다수로 통과시켰다. 무역에 있어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정책 중 몇몇을 유지했고 심지어 확장하기도 했다.
이 추세는 5월까지도 계속됐다. 먼저 우크라이나와 다른 동맹국들을 지원하는 법안이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됐고 중국 소유주에 의한 틱톡의 강제 매각을 요구하는 법안도 통과됐다. 법안 통과 후, 하원의 극우파 공화당 의원들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이를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축출하려 했고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존슨의 직위를 지키는 데 투표했다. 한 당의 하원 의원들이 다른 당 소속의 의장을 구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5월 초 하원은 재난 구호에 대한 또 다른 초당적 법안을 추진했는데 당파적 투표를 피하기 위해 드문 절차를 사용했다.
이러한 초당파주의의 급증은 놀라울 수 있지만 우연은 아니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미국 중도주의의 출현에 따른 것이다.
중도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많은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들에게는 혐오스러운 것으로, 우유부단한 온건파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새로운 중도주의가 늘 온건한 건 아니다. 인기 있는 SNS 앱을 강제로 매각하게 만드는 건 심약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인프라를 재건하고 자국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들은 야심찬 경제 정책이다.
새로운 중도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냉전 종식 이후 약 25년 동안 워싱턴을 이끌었던 과거의 중도주의와 얼마나 다른가 하는 점이다. 당시의 중도주의--워싱턴 컨센서스 또는 신자유주의라고도 불렸다--는 시장경제가 승리했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무역 장벽을 낮추고 큰 정부의 시대를 끝냄으로써, 미국은 자국민의 번영을 창출하고 세계를 자국의 형상에 맞게 빚어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곳에 민주주의를 전파할 것이라 생각했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부유층을 제외하고 소득과 부가 느리게 증가했으며 오늘날 미국의 기대수명은 다른 어떤 고소득 국가보다도 낮다. 중국을 비롯해 한때 가난했던 국가들이 더 부유해지긴 했다. 그러나 그들은 덜 자유로워졌고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새로운 중도주의는 이러한 전개에 대한 대응으로, 신자유주의가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바이든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이 말했듯이, 과거의 방식이 번영을 가져오리라는 생각은 "지켜지지 못한 약속"이었다. 그 대신 새로운 세계관이 등장했다. 이를 네오포퓰리즘이라 하자.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자유무역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했다. 5월 14일 바이든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대응해 여러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원들은 정부가 시장의 단점을 해결하려는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도 지지하게 됐다. 인프라와 반도체 관련 법들이 그 예다. 이러한 정책들은 로널드 레이건이나 빌 클린턴 시절보다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나 프랭클린 루스벨트 시절과 더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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