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사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이 전 대표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라크전쟁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MBC 기자 출신이다.
정 실장은 "오랜 기간 언론계에서 쌓아온 경험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방통위 운영을 정상화하고 미디어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해 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지난 2일 즉각 수용한 뒤 이틀 만에 후속 인사가 발표됐다. 김 전 위원장은 거대야당이 밀어붙이는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났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최소 수개월 이상 업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방통위 업무 마비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전임자였던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지난해 말 같은 이유로 자진 사퇴한지 6개월 만이다. 국회에서 압도적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연이어 방통위원장을 물러나게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MBC 경영진 교체 문제다. 방통위는 8월12일 임기가 만료되는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MBC 대주주) 이사진을 새로 선임하는 계획안을 심의 의결한 상태다.
그동안 야권은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진 선임 계획 등에 'MBC 등 공영방송 장악 음모'라고 비난해왔다. 반면 여권에서는 그동안 공정성을 잃었던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이라고 봤다.
방문진 이사진이 관례 등에 따라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의 인사로 교체되면 MBC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교체가 가능해진다. 현재까지는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이사진이기 때문에 친야 성향이 많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이사 임기가 끝나면 마땅히 새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며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소감 발표에서 전임 방통위원장들이 어떤 불법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지만 정치적 탄핵을 앞두고 불가피하게 물러났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MBC 등의 논란이 된 보도도 조목조목 말했다. 이 후보자는 "'바이든 날리면' 같은 보도는 최소한의 보도준칙도 무시한 보도라고 할 수 있다. 음성이 100% 정확히 들리지 않으면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며 "'청담동 술자리' 보도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른바 '카더라통신'을 대대적으로 보도, 확산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이 지금은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공영방송이 그런 비판을 받고 있다"며 "오늘 저는 이 시점에서 공영방송, 공영언론이 노동권력, 노동단체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 공영언론의 다수 구성원이 민노총 조직원"이라고 말했다.
또 이 후보자는 "방송은 국민의 재산"이라며 "공영방송은 특히 더 그렇다. 방송이 '방송인의 것'이라는 주장은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국민 여러분의 재산"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이번 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방송장악을 이어나가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 없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진숙 내정자는 MBC 민영화를 논의한 당사자로 김재철 전 MBC 사장 시절 노조탄압의 전면에 섰던 인물"이라며 "연이은 인사 참사"라고 주장했다. "지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끌어내릴 것"이라며 또 한 번의 탄핵소추 추진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편 관련 업계는 방통위원장을 둘러싼 여야의 격렬한 대립에 우려를 나타낸다. 대치 국면 속에 산업적 현안은 뒤로 밀릴 수 있어서다. 불법스팸 단속, 단말기통신법 개정·폐지, 플랫폼법 등 이슈가 많지만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와중에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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