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이 뭐예요?"…주6일 근무 중국 전기차의 무한경쟁 [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 2024.07.07 06:34

편집자주 |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 쇼핑몰 안의 전기차 매장 /사진=중국 인터넷
#약혼녀의 거듭된 재촉으로 왕커는 쇼핑몰에 있는 전기차 매장 근무를 그만뒀다. 왕커는 "쇼핑몰 내 매장의 방문 고객수는 일반 자동차 대리점의 10배가 넘는다. 게다가 회사의 요구도 많아 업무 강도가 높다. 동료들과 우리는 '소모품'이라고 농담하는데 저녁 10시 전에 퇴근한 적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중국 상하이 인근 지역에서 자동차 영업을 관리하는 장허는 요즘 밤 11시까지 일하는 게 다반사다. 심할 때는 밤 11시 30분에 회의를 시작해서 새벽 1시 넘어 회의가 끝나는데 다음날 8시 30분에 다시 회의를 이어간다. 만약 아침 회의에 발표할 자료가 있으면 3~4시간밖에 눈 붙일 시간이 없다.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 유행하기 시작된 '네이쥐안(內卷·무한경쟁을 일컫는 신조어)'이 중국 자동차 업계를 표현하는 대명사가 됐다. 전동화 전환과 맞물려 중국 자동차 산업이 무한 경쟁에 진입하면서 전체 자동차 회사가 피말리는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변화도 크다. 판매 채널은 판매와 애프터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공식대리점인 4S점에서 쇼핑몰에 입점한 전기차 매장이 대세가 됐다. 대도시의 쇼핑몰 1층은 전기차 매장이 빽빽이 들어찼다.

중국의 신차 개발 주기는 신생 전기차업체들에 의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48개월)의 절반도 안 되는 20개월로 단축됐다. 가격 경쟁이 과열되자 전기차 업체는 부품 협력업체들에게 1년에 10~20%의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등 중국 자동차 산업 전반이 극도의 생존압력을 받고 있다.

대신 네이쥐안의 결과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신차와 내연차보다 낮은 전기차 가격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무한경쟁인 '네이쥐안'을 벌이면서 중국 로컬브랜드 점유율이 급등하고 독일·일본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입지가 쪼그라들고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을 살펴보자.



테슬라와 맞먹는 BYD


지난 2일(현지시간) 테슬라가 2분기에 시장 예상을 웃도는 44만3956대를 인도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10% 급등했다. 작년 동기 대비 4.8% 줄었지만, 1분기(38만6810대) 대비 14.8%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인도량은 83만766대로 전년 대비 6.6% 줄었다.

올해 상반기 BYD는 작년 대비 28.5% 증가한 161만2983대를 팔았다. 이중 순수전기차(BEV)는 72만6153대, 나머지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88만992대로 BEV만 집계하면 테슬라에 못 미친다. 테슬라는 BEV만 생산한다.

올해 1~5월 중국 전기차 판매순위/그래픽=최헌정
중국에서 BYD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관련 데이터가 있는 올해 1~5월 판매지표를 살펴보자. 이 기간 BYD는 126만7000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34.8%로 1위를 차지했다. 판매량도 작년 동월 대비 27.1% 늘었다. 6월에도 34만대 넘게 파는 등 BYD는 매달 30만대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는 35만6000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9.8%로 2위를 기록했지만, 판매량이 작년 대비 7.1% 줄었다. 극심한 경쟁이 진행 중인 중국에서 테슬라의 입지가 이전 같지 않음을 드러낸다.

2011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BYD에 대한 질문을 받자 "BYD의 차를 본 적이 있나요?"라고 반문한 뒤 "BYD 전기차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3위는 25만4000대를 판매한 지리자동차가 차지했다. 지리는 2010년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인수해 정상화시켰으며 지커(Zeekr), 링크앤코(LYNK & CO) 같은 서브 브랜드를 통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4위는 창안자동차(21만4000대), 5위는 상하이GM우링(15만4000대)이 차지했다. 화웨이가 중국 전기차업체 싸이리스와 공동 개발한 전기차 브랜드 아이토(AITO)는 6위, 리오토가 7위를 기록했다.




외국차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는 중국


각 국 브랜드의 중국 승용차 시장 점유율 추이/그래픽=최헌정
전동화 추세를 타고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거침없이 진격하면서 폭스바겐·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입지는 갈수록 축소되는 중이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5월 중국 로컬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57.5%로 2020년(35.7%) 대비 21.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독일계 점유율은 25.5%→18.7%로, 일본계는 24.1%→14.8%로 급감했다. 2010년대 중반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이 고점을 찍고 급감하기 시작한 경로를 폭스바겐·토요타 등이 똑같이 따라오면서 중국이 외국차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현재 40%대 초반인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점유율이 향후 약 30%로 하락할 수 있으며 만약 이들이 중국 시장 적응에 실패할 경우 20% 미만으로 급감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자신감이 충만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전동화'와 '로컬화'라는 양대 추세를 업고 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으며 네이쥐안으로 인해 주 6일제도 흔해졌다.

전기차와 한 몸이나 다른 없는 배터리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 CATL이 '896근무제'를 시행한다는 사실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896근무제'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저녁 9시까지 주 6일 근무한다는 의미로 토요일 근무를 뜻하는 '주 6일제'보다 근무 강도가 높다.

CATL뿐 아니라 체리자동차 등 중국 자동차 업계도 관리·영업부문은 토요일 출근이 갈수록 보편화되는 추세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현재 진행 중인 경쟁에서 소수 업체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업체들이 살아남는 소수 업체가 되기 위해 네이쥐안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체리자동차의 부사장 리쉐용은 "2023, 2024, 2025년 3년이 대결전이 될 것"이라며 "3년 동안 시장 재편이 끝나면 로컬 자동차 업체는 최대 3~5개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수 차례 말한 바 있다.



내연차보다 싼 전기차 가격


BYD의 친 플러스 DM-i/사진=카버라이어티닷컴
경쟁을 선도하는 건 역시 BYD다. BYD는 매년 2~3월 챔피언 에디션, 아너 에디션 등 사양과 가격을 조정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으며 전체 세그먼트에서 대규모 가격전쟁을 도발한다. 올해 2월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친플러스 DM-i'를 7만9800위안(약 1510만원)에 내놓으며 기존의 '유전동가'(油電同價·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가격이 동일)가 아니라 '내연차보다 싼 전기차'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통해 작년 302만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며 경쟁 업체들도 가격 인하 및 품질 개선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도 중국 전기차 판매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00만대 늘어난 약 115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투자은행 SPDB인터내셔날은 올해 전기차 침투율(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39.7%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중국의 전동화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중국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은 남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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