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16명이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사고와 관련 CCTV(폐쇄회로)를 살펴본 전문가들은 차량 급발진을 사고 원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CCTV 화질 등을 고려하면 속단은 금물이라면서도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호근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4일 머니투데이와 한 통화에서 "급발진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 영상을 봤는데, 후미등은 보이지만 보조브레이크등은 안 켜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최근 자동차들은 자동자세제어장치나 긴급제어장치가 있는데 이는 반드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작동시키지 않더라도 알아서 브레이크를 작동하게 하는 장치들"이라며 "해당 장치들이 기능하면 브레이크등이 깜빡거린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브레이크등이 긴 시간 지속해서 켜져야만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의도적으로 밟았다고 인정된다"며 "잠시 브레이크가 깜빡였다고 해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요즘 차들은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이 있기 때문에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아도 브레이크가 먼저 작동된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둘 다 동시에 밟았다고 해서 차가 앞으로 나가는 것은 옛날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경우도 스키드 마크(타이어 자국)가 생기면서 차가 앞으로 뛰쳐나가는데 스키드 마크가 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고 현장에 스키드마크로 추정됐던 자국은 유류물 흔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스키드 마크는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바퀴가 끌려가면서 생기는 타이어 자국이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영상을 보면 차가 서서히 정차할 당시엔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선 것 같다. 하지만 영상을 다른 각도로 보면 사고가 발생하는 그 시점까지도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사고기록장치(EDR·Event Data Recorder) 데이터 상에서도 가속 페달의 궤도가 상당한 수준으로 나왔다고 알고 있다"며 "만약 그게 맞다면 거의 '풀액셀'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고기록장치에는 △브레이크 △가속 페달 △궤도 △에어백 전개 상태 △핸들 각도 △차의 속도까지 전부 나온다"며 "사고기록장치를 못 믿는다는 건 지구상에 믿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고도 했다.
경찰은 현재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와 EDR, 해당 차량이 빠져나오는 호텔 주변 및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 총 6점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영상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봉필준 서영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직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만약 사고 차량이 사륜이 아니었다면 엔진의 동력을 직접적으로 받는 바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바퀴는 제동이 되면서 끌려가는데 그 부분은 도로의 스키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봉 교수는 "해당 차량 옵션까지는 잘 몰라서 급발진 여부를 확답할 수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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