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상비약 70%, 약국 '문 닫은 시간'에 팔린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24.07.07 06:30

4대 편의점 안전상비약 매출 시점 자료 분석
주말, 공휴일, 야간 시간대 매출 비중 높아...심야약국 보완 역할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안전상비약 판매대에 복약 주의 사항과 1인 1회 판매 제한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사진=유예림 기자
24시간 운영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안전상비약이 약국이 문을 닫은 야간 시간대와 공휴일에 많이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심야 공공약국을 보완하는 편의점의 역할이 현실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7일 머니투데이가 국내 4개 대형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의 올해 상반기 상비약 판매 매출 데이터 분석을 의뢰한 결과 약국이 운영되지 않는 야간 시간대와 주말 판매 비중이 높았다.

A사의 상비약 시간대별 매출 비중은 저녁 18시~22시가 33.1%로 가장 높았다. 심야 시간대인 22시부터 새벽 6시까지 매출 비중은 23.2%였다. 약국의 영업시간 이전 시간대인 오전 6시~10시 매출 비중은 12.5%였다. 전체 상비약 판매액의 약 70%가 약국의 미운영 시간대에 집중된 셈이다.

A사의 요일별 상비약 판매 비중은 일요일이 19.1%, 토요일이 16.8%로 평일 판매 비중(12~13% 수준)보다 높았다.

B사의 상비약 시간대별 매출 비중은 18시~24시가 45.3%, 0~6시가 11.9%로 집계됐다. 오전 7~12시 판매 비중(18.4%) 일부가 약국 영업시간 전인 점을 고려하면 상비약 판매량의 약 60~70%가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대에 팔린 셈이다.

B사의 요일별 상비약 판매 비중은 일요일은 20.1%로 가장 높았고, 토요일이 16.2%로 뒤를 이었다. 월~금 평일의 상비약 판매 비중은 12.4~13.4% 수준이다.

C사는 20~24시 상비약 매출 비중이 35%로 집계됐다. 심야, 새벽 시간대를 포함하면 약 60% 수준으로 파악된다. 주말(토~일) 매출 비중은 40%로 평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4개 회사 중 심야 운영 매장 수가 가장 적은 D사도 밤 10시~새벽 2시 상비약 매출 비중이 21%로 다른 시간대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A사에서 상비약 매출이 높았던 용인 기흥구, 대구 수성구, 안산 단원구 소재 점포는 3곳 모두 인근에 병원과 약국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는 약사회가 '약물 오남용' 우려로 반대하면서 12년째 관련 논의가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가운데 편의점 상비약 품목과 판매처를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한다. 지난해 7월 시민단체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보건복지부에 현재 13종(2종은 단종)으로 규정된 편의점 상비약 품목을 약사법에 맞춰 20개로 늘리도록 지정심의위원회를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네트워크가 지난해 3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상비약 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62.1%로 절반을 넘었다. 응답자의 96.8%가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고, 응답자의 68.8%는 편의점 상비약 구매 이유를 '공휴일과 심야에 급하게 약이 필요해서'라고 했다.

응답자들은 또 지사제(70.9%) 화상치료제(52.7%) 소아용 감기약(41.4%) 소아용 소화제(33.7%) 제산제(31.7%) 등을 편의점 상비약으로 새로 추가해야 한다고 꼽았다.

편의점 업계는 약물 오남용 지적을 반영해 1인 1회 1품목 판매 준수, 초과·중복 구매 불가 시스템 구축 등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또 약사법상 편의점에서 복약지도가 불가한 만큼 상비약 복용 시 주의사항과 가격표를 부착한다. 상비약 판매 등록 허가를 받고 임의로 판매하지 않거나, 30일 연속 상비약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점포는 상비약 발주를 제한한다.

염규섭 편의점산업협회 부회장은 "약국이 문 닫는 심야시간대와 명절에 편의점에서 상비약 판매가 집중되는 만큼, 가맹본부의 철저한 상비약 안전관리로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
  4. 4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5. 5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