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기초기반과 이은수 농업연구사는 "첨단기술의 핵심 소재인 유전자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자원의 질적 향상과 활용도를 높이려면 신규자원은 물론 보유자원의 정확한 종(種) 정보 관리가 중요하다"며 "해당 작물의 분자표지를 활용하면 작물을 직접 재배하지 않고 종자나 새싹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검사하기 때문에 시간, 비용, 노동력과 같은 기회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3일 말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이 연구사는 박과식물의 육종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오이, 수박, 호박 등 박과채소의 다양한 형질 특성(모양, 무늬, 색깔 등 )을 고려한 핵심계통을 선발 한 뒤 염기서열을 분석해 단기염기다형성(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정보를 기반으로 한 대량의 분자표지(오이 327개, 수박 341개, 동·서양계 호박 219개·240개) 세트를 개발했다.
또 종자의 순도검정과 품종 판별이 가능한 분자표지 세트(오이 50개, 수박 28개, 동·서양계 호박 41개·42개)도 만들었다.
박과채소는 덩굴손(줄기를 지탱하게 하는 가는 덩굴)이 많은 덩굴 식물이어서 고추와 토마토 등 타 작목에 비해 작목대비 면적이 3~5배이상이 소요된다.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하다보니 포장시설도, 일손도,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가 민간 종자기업들의 어려움이 컸는 데 이 문제를 깔끔하게 풀어냈다.
문지혜 채소기초기반과장은 "일반적인 육종체계에서는 새 품종개발을 위해 '여교배 육종법'을 사용하는 데 이때 품종을 일일이 교배해 '다음 세대'의 특성을 파악하기까지 보통 6~8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대량 분자표지 개발로 유전 정보 분석을 통한 새 품종의 특성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돼 그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고 했다. 또 "품종 재배에 소요되는 토지와 노동력도 크게 절감됐다"고 덧붙였다.
원예원은 새 분자표지를 농진원에 기술이전해 민간 종자기업들의 육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육종정보시스템도 2022년 부터 시작해 육종가들이 분자표지 검정 결과를 보기 쉽게 시각화하고 관련 데이터를 직접 가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 하고 있다.
종자강국으로 불리우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와는 정반대의 행보다. 각 국은 규모가 큰 종자기업을 운영하면서 세계 종자시장에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기업마다 육종의 효율을 높이고 세대를 단축할 수 있는 다수의 분자표지를 개발·활용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공개를 금하고 있다.
원예원은 앞으로 마커의 수를 줄이되 우수한 개체를 선발할 수 있도록 분자표지 고도화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여교배 세대를 단축하는 분자표지 세트의 경우, 300~400개 정도의 분자표지가 검정에 이용되는 데 종자기업의 비용을 줄임으로써 산업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명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분자표지 개발은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체를 선발하는 데 중요하고 순도향상, 육종 연한 단축, 노동력 감소 등을 통해 작물의 형질개선 및 우수품종 개발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다양한 작물의 유전자원 확보와 우수 품종을 육성함으로써 종자산업이 새로운 국가 신(新)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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