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1조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
이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전기차 취득세 감면금액이 1177억달러(약 164조원)에 달하는 등 중국 전기차 업계가 받은 보조금 중 절반 이상은 취득세 감면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2014년 이후 전기차에 대해서는 취득세(세율 10%)를 전액 감면해주고 있다.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취득세 감면금액은 2020년 66억달러(약 9조1700억원)에서 2023년 396억달러(약 55조원)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취득세 감면 이외에도 중국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충전 인프라 건설 보조 △연구개발(R&D) 지원 △전기차의 정부 조달을 통해 전기차 산업을 지원했다고 케네디 연구원은 밝혔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전기차 번호판 발급을 내연차보다 용이하게 만드는 등 전기차 우대 정책을 펼쳤으며 이 역시 전기차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2022년 458억달러(약 63조6600억원)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23년에는 취득세 감면금액 증가에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453억달러(약 63조원)로 소폭 감소했다. 중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완전 폐지한 건 중국 전기차 업체가 자생적인 성장이 가능한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취득세 감면 조치는 2023년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전기차 업계의 건의로 2027년까지 4년 연장됐다.
━
보조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다만 보조금 하나만으로 특정 산업의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7일 미국·유럽이 중국이 기업들에 보조금을 쏟아부음으로써 글로벌 전기차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 주장이 무역전쟁 격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서 통신은 정말 비결이 그렇게 간단했다면 "중국은 항공기에서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에서 선두주자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중국상용항공기(COMAC·코맥)가 개발 중인 C919를 통해서 글로벌 민항기 시장에서 보잉·에어버스의 과점체제를 깨려 하지만, 양사의 과점 체제는 아직 변화가 없다.
블룸버그는 서구 선진국의 차단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부상이 다른 국가들에는 산업 정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훈을 던져준다고 짚었다.
이후 중국 전기차 업계는 혁신이 화두가 되면서 수많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디자인, 소프트웨어 및 첨단 기술에서 경쟁업체를 앞서가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업체가 도태됐지만 살아남은 업체는 효율성이 높아지고 더 성공에 굶주린 기업이 됐다.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은 치열한 가격전쟁과 격렬한 경쟁이 핵심이다.
결국 중국 전기차가 성장한 데에는 보조금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치열한 경쟁을 용인한 산업정책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테슬라라는 메기를 과감히 들여온 것도 그 중 일부다.
━
전기차는 보조금, 반도체는 빅펀드의 투자━
지난 5월말 중국은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일명 대기금, '빅펀드') 3기를 공식 출범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지난해부터 중국의 3000억위안(약 57조원) 빅펀드 출범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는데 마침내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2014년부터 가동된 빅펀드는 전기차와는 다른 경로로 지난 10년간 중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했다. 빅펀드가 밀고 있는 SMIC는 글로벌 파운드리 3위에 올랐으며 낸드플래시 제조업체 양쯔메모리(YMTC)는 낸드플래시 자급화에 앞장서고 있다. 또 D램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도 나섰다.
다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강화되며 중국은 7나노((㎚·1나노=10억 분의 1m) 이하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반도체 장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2022년 10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6/14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히면서 대중 반도체 제재를 본격화한 바 있다.
만약 중국이 2014년 빅펀드를 출범시키지 않았다면 중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에 의해 완전 봉쇄되는 등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입장에서는 빅펀드의 반도체 기업 투자가 전기차 산업 보조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중국의 자체 공급망 구축에 기여한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