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고르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차별화되는 건 그 다음부터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CAST 연례 목록에 등재된 연구 분야는 상당한 진전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분야는 주목을 받은 지 1~2년 안에 해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디지털 휴머노이드 및 로봇 분야처럼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 원천'으로 지목한 분야는 더 그렇다.
중국에서 기술 성장이 빠르게 이뤄지는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지난달 8일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 포럼차 한 자리에 모인 한인 연구자들의 토론에 답이 있다. 바로 실패할 자유다. 정용삼 난징농대 교수(수의학)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 프로젝트에서 성과 도출에 실패했는데, 문책이 없었다"며 "두 번째 실패했을 때도 문책은커녕 실패한 이유만 확실하면 된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결론적으로 지금 진행 중인 세 번째 실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이어 "타이틀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사업단을 꾸려 한국돈 200억원 정도 연구비를 받는 과제를 했는데 이것도 실패했다"며 "계속 연구하면 성과가 나겠다 싶어 혹시나 하고 신청했는데 또 받아줬다. 상황이 이러니 연구자들이 정말 별의 별 연구를 다 한다"고 덧붙였다.
실패할 자유는 미국의 뒤를 쫓는 2등 전략을 수행하는 데 가장 큰 동력이다. 김종명 상하이과기대 교수(화학)는 "중국은 불공정 논란이 있더라도 확실하게 투자하고, 1등을 하지 못하더라도 2등의 시장을 공략하면 된다고 본다"며 "남아도는 전기차 재고를 전세계에 저가에 뿌리는 것도 나름의 전략을 세운 움직임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과학기술을 중요시 하는 태도다. 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원 교수는 "중국은 경제 발전의 70% 이상을 과학기술에서 구현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전문가들이 정책을 세우면 이에 대한 이견을 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기환 칭화대 교수(물리학)는 "투자에 신중한 한국에 비해 중국은 사람이 많고 리소스가 많다"며 "연구비는 보통 '0하나가 다르다'(10배 많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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