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한데 극복하고 명절 때도 바빠서 못 내려올 만큼 열심히 살았던 내 동생…"
"착하고 성실하고 다 잘 하는 우리 조카…"
"아빠 아니라고 해, 우리 아빠 아니라고 해."
서울 중구 지하철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9명이 사망한 가운데 유족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2일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전날 사고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망자들은 서울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등에 안치됐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서울시청 공무원 고 김모씨(51)의 첫째 형은 "동생은 전깃불도 안 나오는 시골에 자랐지만 가난한 형편에도 동생은 혼자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살기 바빠서 동생이 그렇게 고생하는지 몰랐다"며 "내일모레가 어머니 제사인데 내려올 수 있냐고 전화했더니 안 받더라"고 했다. 이어 "형으로서 도와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고인이 된 김씨는 경북 안동 출신으로 7남매 중 막내다. 김씨는 중학교 2학년 때 택시에 치여 왼쪽 눈을 실명했다. 김씨의 7남매 중 5형제가 공무원이라고 한다.
경기 성남시청에 근무하는 김씨 셋째형(57)은 "청사 관리팀장이 된 후 명절 때 동생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동생은 성실하고 열심히 살고 정도 있어서 사람들하고 관계도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생은) 딸바보였다"며 "딸내미들이랑 여행도 가고 등산도 가고 캠핑도 가고 했다"고 말했다.
이곳엔 시중은행 직원 이모씨(54)도 안치돼 있다. 이씨는 사고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이송돼 CPR(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이씨 어머니는 "자식이 죽었는데 애미는 약을 먹는다. 내가 자식을 잃고 어떡하냐"며 "불쌍해서 어떡하냐"며 오열했다. 손주들을 가리키며 "니 새끼들 어떡하라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영등포병원장례식장과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해당 은행 소속 사망자들은 이날 오후 모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 빈소를 차릴 예정이다.
감색 정장을 입고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한 남성은 "(시중은행) 동료를 조문하러 온 거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하면서 "처참한 기분이다"라고 했다.
숨진 시중은행 부지점장의 삼촌 부부라고 소개한 유족은 "착하고 성실하고 다 잘하는 우리 조카"라며 "몇년을 같이 살며 같이 키우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조카는 결혼한 지 30년이 됐고 아들 하나에 딸 둘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 4월"이라며 "(고인의) 상태가 나쁘다고 해서 보지 못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른 시각에도 고인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새벽 1시30분쯤 장례식장에 도착한 남성은 취재진을 향해 "어디로 가야 하냐"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남성이 도착한 지 약 20분쯤 후엔 여성이 장례식장 앞 길에 주저 앉아 "아빠 아니라고 해, 우리 아빠 아니라고 해"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이들은 곧이어 도착한 여성과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장에서 유가족을 지원하는 공무원 등이 '아직 유가족들이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만남을 거부해 돌아갔다.
한편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전날(1일) 오후 9시27분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건너편 일방통행 4차선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역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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