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수마가 온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 2024.07.0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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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둔 28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반지하 세대 창문에 수해예방용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다. 송파구는 장마철 많은 비가 예상되면서 저지대 반지하 주택 320가구에 물막이판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2024.6.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불과 2년 전 여름. 서울에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내렸다. 도시 곳곳이 물에 잠겼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반지하주택 등에서는 인명피해도 생겼다.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반지하주택에서 살던 일가족이 사망했다. 안으로 쳐들어오는 물에 문이 바깥쪽으로 열리지 않았다. 다른 탈출구였던 창문은 방범창으로 봉쇄됐다.

참담한 수해 피해에도 반지하 주택은 줄지 않았다. 서울시 반지하 주택은 20만2741가구(2021년 말 기준)로 추정된다. 서울 전체 가구 404만6799가구의 5% 정도다. 반지하주택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결국 '돈' 문제다. 대부분 보증금 300만~500만원, 월세 40만원 안팎으로 같은 크기 지상층 매물의 반값 수준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저소득층에겐 이를 대체할 주택이 없는 셈이다.

반지하 주택 10가구 중 8가구는 1995년 이전에 지어졌다. 반지하주택은 급격한 도시개발 과정에서 부족한 주거 용지와 높은 주거비를 대체하는 방안으로 허용됐다. 현재와 같은 주거 안전기준 등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침수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특히 일부 반지하 주택은 침수 발생 우려가 큰 지역에 몰려있어 다른 주거 취약 가구보다 수해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매년 장마철에 여러 수해 대책들이 쏟아지지만, 정책 효과는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서울시와 SH는 반지하 주택 물막이판(차수판) 설치 사업, 반지하·쪽방·고시원·판잣집·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주거 취약계층에 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등 여러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이 같은 사업들이 반지하 주택 등 총 40여만 가구에 달하는 취약 주거지를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SH가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진행한 서울 내 반지하 멸실 주택(매입 후 비주거용 전환) 수는 494가구에 불과하다. 전국 단위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더욱 부진하다. 2022년 이후 현재까지 반지하 주택을 한 건도 매입하지 않았다. 서울시에서 최대 40만원의 반지하 이주비 지원하는 사업은 올해 아예 중단됐다. 해당 사업은 잇따른 수해 피해 직후 SH 보증금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신설됐다가 1년 만에 사라졌다.


관련 이주비 지원 실적도 초라했다. 1년간 이주 62건, 2400만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지원 대상자에게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서 신청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이주비를 신청했다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신청을 거절당했다. 침수우려지역 10곳 중 3곳은 물막이판이 미설치됐다. 당장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반지하 주택에 물막이판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집값 하락을 우려한 집주인들의 반대로 7000여가구에 보급되지 못했다.

여전히 반지하 주택에는 많은 사람이 산다. 매년 정부와 지자체에서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앞다퉈 공언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는 특히 많은 비가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2년 전보다 더 많은 강수량을 예측한다. 장마철을 앞두고 반지하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수마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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