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막차 아쉬운데 갈 곳 없네"...은행 '대기자금' 25조 늘었다

머니투데이 이병권 기자 | 2024.07.03 10:51
5대은행 요구불예금·정기예금·정기적금 잔액 증감 추이/그래픽=윤선정
주요 대형은행의 '대기 자금' 요구불예금이 25조원가량 늘었다. 증시에서도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액과 투자자 예탁금 등 대기 자금이 증가하는 추세다.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는 등 불확실한 금융시장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갈 곳 잃은 돈'이 불어난 모양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38조8317억원으로 전월보다 24조7262억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이자가 거의 붙지 않지만 입출금이 자유로워 투자를 앞두고 자금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등 시장 불확실성에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잔액도 증가했으나 요구불예금 증가폭에 비하면 미미하다. 5월 말 16조원 넘게 늘었던 정기예금은 지난달 말 1조4462억원 증가에 그쳤고, 정기적금 잔액은 3개월 연속으로 1조원대 늘었지만 연초 청년희망적금이 대거 빠져나간 이후 회복세가 더디다.

정기 예·적금 상품에 은행 고객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3.45~3.55%로 일부는 기준금리(3.5%)보다도 낮다. 5월 말보다 상·하단이 0.05%포인트(P)씩 낮아지기도 했다. '막차' 수요가 일부 있었지만 아쉬운 금리로 돈을 묶어놔야 한다는 점 때문에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예·적금 상품에 막차를 타는 고객들이 일부 있어서 잔액이 늘었지만 사실상 다른 투자처를 찾을 때까지 관망하겠다는 개인이 더 많았기 때문에 요구불예금이 확연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투자처를 찾는 동안 자금을 맡겨두기 위해 파킹통장을 이용하는 고객은 늘었다. 최고 3.0% 금리를 주는 하나은행의 '달달 하나통장'은 최근 18만좌를 돌파했다.

증시에서도 대기 자금이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초 52조~54조원 사이를 횡보하다가 점차 오름세를 보여 지난 1일 58조3105억원까지 늘었다. 예탁금은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남겨둔 돈이다.

또다른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개인투자자의 CMA 잔액도 늘고 있다. 지난 1일 CMA 잔액은 84조5135억원으로 지난달초(80조5759억원)보다 약 4조원 늘었다. CMA는 파킹통장처럼 수시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넣어놔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할 때 자금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피벗 시점을 알 수 없다 보니 특판이 아닌 이상 당분간은 시장을 관망하는 요구불예금이 늘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 밸류업·부동산 거래량 증가·코인 시장 등 은행 외 이슈가 많아 언제든 대기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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