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5년 된 거 같습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여야는 격돌했지만 대통령실 참모들과 야당 의원들 간 격돌은 없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5선 국회의원 출신다운 능수능란함을 선보였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정 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등 총 16명의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이 모두 출석했다. 민정수석은 참석하지 않는 관례에도 불구하고 김주현 민정수석까지도 함께했다.
여당 의원들은 초반부터 야당 의원들에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적인 회의 운영을 지적하며 "민주당 아버지(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칭)는 그렇게 가르치느냐"고 소리쳤고 민주당에서도 "손가락질하지 말라" 등 거센 항의가 나왔다. 이날 오전 10시에 개의한 회의는 의사진행 발언 등을 거쳐 약 1시간 후에야 비로소 첫 질의가 시작됐다.
그러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정 의원을 향해 발언하며 언쟁이 시작됐다. 임 의원이 "열심히 하려면 제대로 해요"라는 등의 말을 했고 정 의원이 "지금 뭐 하시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민주당에서는 "다른 사람 질의 시간에 이렇게 하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 "어떻게 이렇게 기본도 원칙도 없이 하는가. 다른 사람이 부여받은 시간에" 등 항의가 나왔다.
의원 간 삿대질이 오가며 "삿대질하지 마라" "막말하지 마라" 등 말다툼이 이어졌다. 고성이 오가는 도중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 배현진 의원이 일어나 항의하면서 갈등이 격해졌다.
이에 박 위원장이 강 의원을 향해 "퇴장을 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배 의원은 박 위원장에게 "진행을 원활하게 해주십시오"라고 했고 박 위원장은 "배현진 의원님 입 닫으시면 바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입 닫으세요"라고 맞받았다.
배 의원은 "'입 닫으라'라는 말 사과하라"고 했지만 박 위원장이 "그럼 입을 열라고 하나. 지금 이 시간에"라고 받아쳤다. 이후에도 여야 갈등이 지속됐고 결국 박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정 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은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이어가는 동안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내용 등 대통령실 입장에서 난처할 만한 질문들도 쏟아졌지만 원론적인 답변들이 이어졌다.
정 실장은 "(명품백은) 포장 그대로 (대통령실) 청사 내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이나 대통령 배우자가 받은 선물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우선 적용되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대통령 기록물로 분류하는 작업은 아직 기한이 도래되지 않았다. 올해 말로 그 판단을 해야 하는데 이게 (그 판단 전에) 사건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어서 검찰의 수사 결과와 판단을 우선 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 수석은 이소영 민주당 의원의 거듭된 질의에 "(윤 대통령께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수석은 "제가 이해하는 것은 대통령은 당시에 이태원 사건과 관련해서 불행한 사건인데 굉장히 많은 의혹이 언론에 의해서 제기되기 때문에 제기되는 의혹을 전부 다 수사하라 그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이날 국회를 향한 쓴소리를 내놓는 여유도 보였다. 정 실장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한다고만 하지 마시고 대통령이 행사하지 않도록 하려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서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성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 민주주의의 본령이 지켜지지 않는 국회야말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걱정 끼치게 하는 국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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