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사건 억울해 '112신고법' 힘쓴 경찰…학군지 와서 '이것' 잡는다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 2024.07.02 05:00

[우리동네 경찰서장(18)] 윤정근 서울 양천경찰서장…'청소년도박 OUT' '자전거 지킴이' 일하는 서장으로

편집자주 |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윤정근 서울 양천경찰서장. /사진=서울 양천경찰서 제공

"여보세요, 주소 다시 한번만 알려주세요."

2015년 1학기 서강대학교 로스쿨 '경찰실무' 수업에서는 2012년 4월2일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 사건'이 다뤄졌다. 피해자는 오원춘이 화장실을 간 사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1분20여초의 통화에서 피해자에게 정확한 주소를 알려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강사는 수업 막판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경찰이 신고를 받고도 피해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경찰은 신고자 위치를 추적할 권한이 없었다. 경찰실무 수업을 진행했던 강사는 2023년 경찰청 법무담당관으로 일하며 치안상황실 등 관련 부서와 함께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을 만드는 데 힘썼다. 경찰청 예규로 운영하던 내용을 67여년만에 법률로 명시했다. 오는 3일부터 시행되는 해당법에 따르면 112신고 처리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대한 급박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경찰은 건물·차량 등에 출입할 수 있다.


'교육 중심지' 지키는 양천경찰…'청소년 도박 OUT' 힘쓴다


윤정근 서울 양천경찰서장. /사진=서울 양천경찰서 제공

당시 눈물을 삼키던 경찰관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다. 윤정근 서울 양천경찰서장(45) 이야기다. 강의 당시에는 경찰청 마약계장이었으며 이후 경찰청 마약조직 범죄수사과장,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장 등을 거쳤다.

윤 서장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양천경찰의 노력으로 양천은 살기 좋은 지역으로 잘 알려졌다"며 "양천이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양천구에는 학교가 많다. 목동을 중심으로 65개 초·중·고등학교가 이곳에 몰렸다. 관내 초등학생만 2만3000명에 달한다.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각각 1만5700명, 1만800명이다. 저출생, 인구감소, 1인가구 등이 주요 관심사인 다른 자치구와 달리 목동, 신월동 등에는 자녀가 있는 가구 전입이 꾸준하다. 일부 중·고등학교는 과밀화 현상까지 있다.

윤 서장은 "피해가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체크하는 게 서장으로서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최근엔 청소년 도박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양천서도 사전 예방에 나섰다. 관내 모든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사이버 도박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양천서는 치료가 필요한 학생을 한국도박예방치료원에 보내 중독 진행을 막았다. 중독된 학생이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또래 친구 돈을 빼앗거나 훔치고 사채에 손을 대 높은 이자로 고통받는 악순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도박 예방 로고송도 힙합 버전을 포함해 2곡을 만들어 관내 모든 중·고등학교에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틀고 있다. 관내 학원가에도 음원을 제공해 학원에서도 수시로 틀고 있다.



'자전거 지킴이 솔루션' 도입…"살기 좋은 양천, 끝까지 지킬 것"


윤정근 서울 양천경찰서장. /사진=서울 양천경찰서 제공

'자전거 도난'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관할 구청과 '자전거 지킴이' 솔루션도 도입했다. 목동 등 주요 학원가 4곳에 자전거 지킴이존을 설치하고 전자칩을 내장한 자전거 번호판을 발급하는 사업이다. 자전거 도난이나 분실 신고가 들어오면 실시간 이동위치와 절도 시간을 알 수 있다.

윤 서장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게 경찰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본다"며 "그동안 수사를 주로 해왔지만 예방의 중요성이 가장 크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 수사를 하는 이유도 결국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시험 특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변호사보다 '범죄와 전쟁'에서 최일선을 담당하는 경찰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윤 서장은 "열정이 많은 분들과 일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며 "앞으로도 경찰 동료들과 일하며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양천 경찰은 신고나 사건 처리를 할 때 예민하게 대응하고 확인 또 확인하고 있다"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안전한 양천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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