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승자 없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 전쟁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4.07.01 04:06
2024년 1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 항구에 해외로 수출된 중국산 자동차들이 선박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뉴스1
"'관세 폭탄'으로 중국의 '저가' 공격을 막을 수는 있지만, 국내 소비자의 비용 부담·수요 부진으로 산업 성장을 더 제한할 수도 있다."

중국 공급과잉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서방 간 갈등이 전기차 등 국제 무역 시장의 '관세 전쟁'으로 확산하자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 우려의 목소리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보조금을 받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로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를 막아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자국의 생산 능력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풍부하게 만든 것이라고 반박하며 유럽산 돼지고기 등 서방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로 맞대응한다.

EU가 앞서 발표한 일부 중국 전기차 업체에 대한 잠정 상계관세 부과를 오는 4일부터 시작하면 이런 '관세 전쟁'은 한층 격렬해질 수 있다. 중국과 유럽은 EU의 이번 조치가 심각한 무역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지난 22일부터 관련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관세 부과 시작 전까지 양측이 유의미한 합의를 할 거란 기대는 낮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저가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의 가격 균형을 무너뜨려 산업 성장을 저해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서방의 '관세 폭탄' 조치에는 부정적이다. 관세 부과는 국내 산업을 해외 경쟁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일시적인 안정을 제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하는 더 깊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관세 부과는 2018년 7월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과 패권 경쟁에 유럽 등 미국 동맹국이 적극 동참하며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한 것으로 세계 경제에 악재가 될 거라 지적한다. 실제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됐던 2019년 경제 규모 1~2위인 양국의 제조업이 동시에 침체를 겪으면서 세계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인 2.9%(국제통화기금 IMF 기준)를 기록했다. 과거에서 경험했듯 현재 국제경제 핵심으로 꼽히는 전기차 산업의 관세 전쟁은 승자 없이 모두를 패자로 만들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관세'는 2019년 어두운 기억을 되살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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