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폭탄 본격화…상위권 저축은행도 적자 무덤 들어서나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 2024.06.30 06:10
저축은행 주요 경영 지표/그래픽=이지혜

저축은행 업계가 상반기 결산마감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대손충당금 부담으로 대규모 적자가 예상돼서다. 자금여력이 있는 상위권 저축은행은 적자를 피하기 위해 유가증권을 굴리거나 대출채권 매·상각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30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5000억원대로 예상된다. 2023년 한해 순손실 규모(5758억원)와 유사하다. 지난해 상반기엔 95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적자무덤에서 살아남았던 상위권 저축은행도 올해는 어려워진 분위기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6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은 1분기 149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2분기부터 손실폭이 커져 상반기 결산에선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저축은행의 부진은 올해들어 더 나빠진 업황을 짐작하게 한다.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이 9년만에 적자로 돌아섰을 때도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은 각각 891억원, 71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상위권 저축은행은 자금여력을 바탕으로 유가증권쪽에서 주로 수익을 내며 실적을 만회했다. SBI저축은행은 업무용자산을 47억원어치 팔기도 했다.


상위권 저축은행까지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성 재평가로 충당금 부담이 급격히 커져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PF사업장을 처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PF사업장 평가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강화된 기준에 따라 사업성평가 등급이 나빠지면 저축은행은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강화된 평가기준은 이달부터 적용됐기 때문에 늘어난 충당금이 당장 상반기 실적에 비용으로 반영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이 올해 추가로 쌓을 충당금이 최대 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자영업자 연체율 증가도 실적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SBI저축은행은 부동산PF 취급비중이 적어 PF사업장 재평가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데도 다른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충당금 부담은 떠안고 있다. 다중채무 자영업자 등 저축은행 주요 고객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자인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지난 3월말 10.21%를 기록했다.

상위권 저축은행은 상반기 적자를 피하기 위해 대출채권 매·상각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자금여력이 되는 저축은행은 유가증권에서 최대한 수익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한다. 아직 대출을 정상화하지 못해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에 따른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을 메울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한 상위권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 적자를 내지 않으려고 내부에서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비용효율화라는 이름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유가증권쪽 수익을 계속 발굴하면서 흑자를 지키려는 게 회사의 기조"라고 말했다. 또다른 상위권 저축은행 관계자는 "PF사업장 재평가의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돼서 실적이 많이 안 좋은 상황"이라며 "올해부턴 대출채권 매·상각 규모를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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