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규모의 재외동포 경제단체인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장을 맡고 있는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은 문화예술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 빈과 서울을 오고가며 문화 기획사 WCN(World Culture Network)을 운영하는 송효숙 대표가 그의 부인이다.
실제로 코로나 19로 나라 간 이동이 제한되던 시기에도 빈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국내 공연을 성공시키며 명성을 날렸던 송 대표와 WCN을 전적으로 지원해주는 든든한 우군이 박 회장이다. 그는 유럽의 유일한 민간 한인문화회관도 빈에서 12년 전에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간 사실상의 해외문화원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곳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월드옥타를 이끌고 있다. 월드옥타는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인 최고경영자들과 차세대 경영자들 3만9000여명을 회원으로 하는 단체다. 영산그룹은 유럽을 중심으로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 총 20개국에 28개 법인지사를 두고 있다.
한해 200일 이상 해외 출장을 다니는 박 회장은 지난 주 잠깐 귀국한 자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올 10월 29일부터 나흘간 빈에서 열리는 '제2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K-컬처가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제는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게 아니라 문화예술을 함께 수출해야 한다"며 이번 빈 대회를 유럽에서의 K-상품 박람회를 표방해 '2024 코리아 비즈니스 엑스포 비엔나'로 명명했다고 소개했다.
박 회장은 "월드옥타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빈에서 여는데 '아트페어'도 함께 개최할 것"이라며 "국내 신진 작가와 작품을 유럽에 소개하고, 좋은 평가가 나온다면 해외 갤러리에도 연속성 있게 전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부터 시작해 음악과 국악으로도 향후 확대하겠다는게 그의 구상이다. 여기에 재외동포 사업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번 대회를 국내 젊은이들의 취업박람회로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 회장은 "국내 청년들이 월드옥타 회원사 및 현지 업체의 매칭 등을 통해 해외로 진출할 수도 있다"며 "대회가 회원 간 친목 도모와 비즈니스에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을 함께 향유하고 민관이 함께 하는 대규모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모있는 문화·경제 축제를 위해 1만㎡ 규모의 행사장과 3000명이 머무를 숙소도 확보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뒤 "월드옥타 회원들은 물론이고 유럽과 국내 기업 관계자들, 지방자치단체와 다양한 경제단체 특히 정부 및 유관기관도 함께 참가할 수 있도록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가 함께 하는 풍요로운 축제형식의 대회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대기업 임원으로 잘 나가던 그가 창업을 하고 크게 성공했던 비결에 대해 묻자 "신의를 생명처럼 중시한다"며 "약속한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고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과는 그 인연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했다. 글로벌 그룹의 회장이지만 항상 소탈하고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만난단 점도 그가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사는 이유다.
박 회장은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호주 시드니에 새로 문을 연 '콘진원 호주 비즈니스센터' 개소식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월드옥타를 대표해 조현래 콘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를 바탕으로 국산 소비재의 수출 확대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오는 8월 정식 업무협약을 맺고 산업 정보 교류 및 활용, K-콘텐츠 활성화 사업 발굴 추진, 전 세계 각 기관 거점 간 협력을 통한 정보 교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K-컬철와 K-상품을 함께 판다는 박 회장의 사업 방향성이 콘진원의 목표와 같아서 이뤄진 협업이다. 사업 초기부터 문화의 힘을 알아보고 유럽의 음악과 미술계를 한국과 교류시키는 일을 해 왔던 박 회장의 선견지명이 K-컬처가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된 셈이다.
한편 영산그룹은 연간 10만대 처리 능력을 갖춘 슬로바키아 공장 등 전 세계에 생산시설을 두고 반제품 차량 공급과 자동차 관련 물류사업을 앞세워 성장하고 있다.
기아차 오스트리아 법인장으로 근무하던 박 회장이 IMF 사태로 귀국해야 했을 때, 현지에 남기로 하면서 직원 1명과 무역회사를 차린 게 시작이었다. 국산 사탕 포장지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일부터 시작해 무역업의 핵심인 '신뢰', '신용'을 쌓으며 성공한 무역인으로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전기차 부품과 풍력발전기 장비 분야도 진출해 사업을 키우고 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