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유해로 돌아온 경찰 아빠…80살 노인된 딸과 74년 만의 상봉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 2024.06.27 17:00
/사진제공=경찰청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어라" 6·25 전쟁이 발발하자 고(故)김명손 경사는 6살 어린 딸의 머리를 몇 번이나 쓰다듬은 후 집을 나섰다.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김 경사의 유해는 2007년 발굴된 후 올해 초 신원이 확인됐다. 마침내 김 경사는 74년 만에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경찰청이 27일 오후 3시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전사 경찰관에 대한 유해 안장식을 거행했다.

이번에 안장되는 경찰관은 김 경사로, 그는 전쟁 당시 서해안으로 진격한 북한군을 차단하기 위해 영광 삼학리 전투에 참여해 적군과 교전 끝에 전사했다. 국방부에서 발굴한 전사자 유해와 유가족 DNA 시료 비교·분석 결과를 통해 최근 신원이 확인됐다.

김 경사가 참여한 영광삼학리전투는 전남경찰국 소속 200명의 경찰관이 참여해 50명의 인명 손실에도 밤새 진지를 사수해 북한군 6사단 1000여명의 남하를 지연시킨 전투다.

6·25 개전 초기 충청·호남지역에는 북한군에 맞설 국군의 숫자가 현저히 부족해 '호국경찰'의 역할이 컸다. 서쪽 전선을 따라 남하하던 북한 최정예 부대 6사단의 진군 경로는 많은 경찰관 부대가 남하 저지 작전을 펼쳤다.

220명 경찰관으로 구성된 1개 중대가 다섯 배가 넘는 규모의 북한군 6사단 남하를 18시간 동안 저지했던 강경전투가 대표적이다. 6·25 전쟁 당시 총 6만3427명의 경찰관이 참전해 3131명의 사망자와 7048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이번 안장식은 경찰청 주관으로 유가족과 윤희근 경찰청장, 전남경찰청장, 국립대전현충원장,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유가족 단체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 경사의 유해는 유가족 의사에 따라 국립대전현충원 충혼당에 안장됐다. 유가족들은 "그간 유해를 찾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아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국가에 충성을 다한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국가가 지속해서 전사 경찰관들에 대한 현양 사업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복 입은 영웅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국립묘지법을 개정해 30년 이상 근무한 경찰관에 대해 국립호국원 안장 자격을 부여하는 등 제복공무원의 헌신에 걸맞은 예우가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6·25 전쟁 당시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다가 산화한 전사 경찰관들을 빠짐없이 찾아내고 그 공훈을 기리기 위해 유해발굴사업, 현충 시설 정비사업 등 노력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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