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 밖에서 지면 답이 없다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 2024.06.28 06:06
"중국기업을 주축으로 유럽시장 내 경쟁 강도가 올라간 것을 느꼈다."

지난주 독일에서 열린 ESS(에너지저장장치)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배터리 업계 한 고위 관계자가 한 평가다. 실제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존재감은 한눈에 쉽게 확인 가능했다. 전시하러 나온 둘 중 하나는 중국 기업들이었다. 화웨이는 전시회의 메인 스폰서로 나선 동시에, 메인 홀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스를 꾸렸다. CATL, EVE 등 다른 중국기업도 목 좋은 자리의 대형 부스를 차지하고 있었다. 업계는 중국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강화한 영향으로 해석했다.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와 소재를 쓰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한 데 이어 전기차(100%), 배터리(25%) 등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부스에서 만난 중국기업 관계자도 "미국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유럽이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게다가 유럽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배터리 시장이다. 배터리 기업들이 진출한 ESS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기업 역시 이 시장을 놓칠 수 없어 유럽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유럽 배터리 시장은 한국기업이 주도해 왔다. 먼저 뛰어들어 영향력을 키운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이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다. 지난해 유럽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한국기업이 57%, 중국기업이 42%다. 중국기업의 공세로 2021년 59%포인트이던 두 나라 격차가 지난해 1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이 기세가 이어지면 한국은 ESS 시장처럼 중국에 배터리 주도권까지 내줄 수 있다.


한국기업은 유럽도 중국에 규제를 강화하려는 상황이라는 점에 기대를 건다. 보호막이 될 것이란 얘기다. 가격 차이를 뛰어넘는 기술력과 품질, 유럽 내 생산시설 확보 등도 경쟁 우위요소로 본다. 그러나 전시회에서 만난 국내 기업 관계자들은 "중국 기술력과 품질이 뒤쳐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했다. BYD, SAIC 등 중국기업은 잇따라 유럽공장 건설을 결정하며 유럽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한 기업 CEO(최고경영자)는 "중국 밖(생산 중국→유럽 전환)에서 지면 답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유럽이 치열한 격전지가 됐고, 우리 기업의 위기의식도 고조되고 있다.
/사진=박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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