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판결로 살펴본 의대정원 문제

머니투데이 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 2024.06.27 03:45

[기고]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최근 의대정원 증원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의대생, 교수, 전공의, 수험생 등이 2025학년도 의대정원을 2000명 증원해 대학별로 배정하는 처분의 집행정지를 신청했는데 원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유지했다(2024무689).

집행정지는 공권력 행사인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 일반 국민을 보호하는 법적 제도다.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그 효력이 당연히 정지되는 것은 아니므로 처분으로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는 그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하기 위해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행정소송법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어야 집행정지가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의대생 신청인들이 재학 중인 학교는 의대 입학정원이 125명에서 200명으로 증가했는데 대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관련해 신입생 정원이 75명 증가한다고 재학 중인 의대생이 받는 교육의 질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공복리'와 관련해선 3개 연구기관이 의료수요와 의사공급을 추계해 2035년 약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모두 전망하는 상황에서 증원배정의 집행이 정지될 경우 국민 보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의대정원 문제를 논하기는 어렵고 의료정책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타당한지도 쉽게 답하기 어렵지만 대법원이 제시한 논거는 다소 아쉽다. 개별 대학의 입학정원이 75명 증가한 것을 전제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판단했다면 '공공복리'도 75명 증가를 기준으로 판단했어야 하지 않을까.

전체 국민의 보건과 관련해 '공공복리'를 고려했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도 개별 대학이 아니라 모든 의대 및 전체 의료계를 기준으로 교육의 질이나 국민 보건을 고민할 필요는 없었을까. 증원결정의 시간적 영향과 관련해서도 2035년을 기준으로 의료수요와 의사공급을 추계해 '공공복리'를 검토했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도 단지 2025년만이 아니라 매년 정원이 증가하는 것을 전제로 판단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중요 정책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면 논리적으로 보다 정치하게 손해와 공공복리를 비교했더라도 결론은 바뀌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다만 사안의 성격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보다 정치한 논리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의대정원이 증원되지 않아 발생하게 될 사회적 불이익이 적절한 의대교육을 받지 못하는 의대생의 불이익보다 크니 공공복리를 보다 중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이 제시한 실질적인 이유인데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결론 자체보다 '언제부터'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증원할 것인지가 '공공복리' 관점에서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김태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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