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 끝난 뒤에야 볼 수 있다?…"애 아빠 보여주세요" 유족 절규

머니투데이 화성(경기)=오석진 기자 | 2024.06.26 05:00

빈소 현황판 이름없는 시신들 맨 위에 적힌 고인 이름 확인하고 눈물
어수선한 상황에 부검 전 유족의 마지막 확인 못 하기도
수습이 어떻게 될 지 몰라 다소 어수선한 상황에 빈소 아님에도 자리 지키는 유가족

25일 오전 8시30분쯤 경기 화성의 송산장례식장/사진=오석진 기자
"마지막 가는 길 보려고 일찍 왔는데 이러는 게 어딨어요"

25일 오전 11시 경기 화성 송산장례문화원에선 전날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숨진 50대 남성 A씨의 유가족이 이같이 말하며 오열했다.

A씨 유가족들은 시신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로 부검을 받기 위해 인계되기 전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 오전 10시부터 일찌감치 이곳으로 왔다. 이곳 직원에 따르면 A씨 유족은 전날 밤에도 시신을 보기 위해 장례문화원을 찾았다. A씨 유가족은 부검 전에는 고인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가로막혔다. A씨 유가족은 부검이 끝날 때까지 장례문화원에서 대기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곳 장례지도사 김모씨는 "부검 전에 보고 싶은 걸 이해한다"면서도 "국과수로 부검을 가는 일정은 지자체나 국가가 정하는 거라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인 세 남매와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먼저 오고 뒤를 이어 친지들도 왔다. 이들은 사무실에 들어가 장례식장 현황판을 한번 더 봤다. '21번, 16번, 11번, 6번'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들 위에 적힌 고인의 이름을 보곤 유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이들을 진정시키고 테이블에 앉혔다.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숨진 22명 중 50대 남성 A씨를 포함한 시신 5구가 이곳에 안치됐고, 오후엔 23번째 실종자의 시신도 옮겨졌다. 사망자 23명 중 A씨를 포함한 2명을 제외하고는 화재로 인한 훼손 정도가 심해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본인의 가족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장례식장엔 A씨 유가족만 도착했다.


"어떻게 우리 얼굴 보기도 전에 시신 부검 보내냐" 유가족 울분에…A씨 시신만 장례식장으로 유턴


25일 오전 10시25분쯤 차량이 A씨와 다른 시신 4구의 부검을 위해 떠나는 모습. 이후 유족들의 항의로 인해 다시 돌아왔다/사진=오석진 기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장례식장 안쪽으로 들어온 이들은 장례식장 내부 비어있는 빈소의 특실에서 A씨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했다.

이날 오전 10시25분 차량은 장례식장에서 A씨를 싣고 바로 국과수로 향했다. 유족들은 이를 모르고 특실 안에 있었다. 이로부터 약 25분 뒤인 10시50분쯤 해당 사실을 알게 된 유족이 장례식장 측과 경찰 측에 항의했다.


유가족 B씨는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애 아빠 가는 마지막 길 보려고 한 것인데 어떻게 우리한테 말도 없이 보낼 수 있냐"고 울며 소리쳤다. 이어 "우리가 계속 이송됐는지 확인을 안 했으면 어떡했을 거였냐"고도 말했다.

또 다른 유족은 자리에 있던 경찰 관계자를 붙잡고 "제발 도와달라. 도와주신다고 했잖아요. 불러서 다시 돌아오라고 해주세요"라고 애원했다. 한 유족은 "우리가 그러면 빈소도 안 차려졌는데 아침 일찍 왜 왔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A씨 자녀인 세 남매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유족들에 "우리도 경찰에 전화를 해서 돌아오라 마라 할 수는 없는 일이라 참 난감하다"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들에게 "안내된 줄 알았다"며 "어떻게든 다시 돌아오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12시5분쯤 A씨만 태운 차량이 다시 돌아왔다. 차 뒷문이 열리고 시신이 나오자 지하주차장 안쪽에서부터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A씨의 세 남매는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뒤 곧바로 장례식장을 떠났다. 부검이 끝나고 돌아올 상황을 대비해 유족 중 성인들만 장례식장을 지켰다.

이번 화재는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리튬전지 제조공장(아리셀)에서 24일 오전 10시31분쯤 발생했다. 화재로는 25일 오후 2시 기준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는 사망자 16명이 발생한 1989년 전남 여수 럭키 화학 폭발 사고 이후 인명 피해 면에서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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