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참사와 판박이…저렴한 '샌드위치 패널' 화성 비극 키웠다

머니투데이 민수정 기자 | 2024.06.25 15:01
전날 오전 10시30분쯤 발생한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는 제조 상품(리튬전지)의 특성뿐만 아니라 공장의 내·외장재가 샌드위치 패널로 이뤄져 있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제공=경기소방본부

경기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사고가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이뤄져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25년 전 같은 지역에서 수십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사고'와 같은 원인이다.

전날 오전 10시30분쯤 발생한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는 제조 상품(리튬전지) 특성에 더해 공장 내·외장재가 샌드위치 패널로 이뤄진 점도 참극을 부채질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날 오전 시신 한 구가 추가 발견되면서 사망자는 총 22명으로 집계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알루미늄 등 합금으로 만든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 등 단열재를 끼워 만든 마감재로, 주로 천장과 벽을 마감할 때 사용된다. 저렴하고 시공이 쉽다는 이점이 있어 물류센터나 공장 등에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화재엔 매우 취약하다. 작은 불씨에도 쉽게 불이 확산하고 단열재 연소로 인한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또 내부 단열재에서 불이 나면 양면에 불연성 철판이 있어 화재 진압도 쉽지 않고 불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옮겨붙는다.

25년 전에도 비슷한 지역에서 화재 사고로 무려 2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999년 6월30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의 집에서 불이 났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장소와 차로 불과 약 25분이 떨어진 곳이다.

당시 화재가 새벽에 발생하면서 취침 중이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 교사 및 강사 4명이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난 1999년 6월30일 발생한 화재로 종잇장처럼 변해버린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의 모습.위 모습이 사고 이전 모습이고, 아래 사진이 화재 이후 모습이다./사진=SBS 꼬리에꼬리를무는이야기

사고 이후에야 수련원 건물이 샌드위치 패널로 마감된 컨테이너 건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열 전도성이 강한 철판과 인화성 물질인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화재 확산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화재경보기와 소화기 등 화재 소방시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2, 3층은 콘크리트 건물인 1층과 달리 종잇장처럼 쪼그라든 모습이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의 이야기'에 따르면 관계자는 '돈을 아끼기 위해' 이런 건축 방식을 택했다고.

씨랜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샌드위치 패널로 인한 화재 인명 사고는 그 후에도 꾸준히 발생해왔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총 9289건으로, 599명(사망 51명·부상 548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한편 이날 오전 소방 당국 브리핑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달리 오히려 샌드위치 패널이 불을 막아줬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패널 자체가 불연재(불에 타지 않는 재료)라 불이 더욱 확산되지 않았단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샌드위치 패널은 불연재로 설치해야만 자체 소방시설 허가를 내준다. 그래서 (패널이) 있지 않았을까. 이것만 지키고 뭔갈 쌓아뒀거나 그랬을 수도 있다"며 "규격에 맞게 돼 있어 옆 건물까지 불이 번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이후 개정된 건축법엔 샌드위치 패널 같은 복합 자제는 방화 성능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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