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마로 연봉 3억 버는 어부…완도 섬 마을이 '검은 밭'이 된 이유

머니투데이 완도(전남)=이재윤 기자 | 2024.06.26 11:17
전남 완도군 평일도 금일읍 인근 해역에서 다시마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사진=농심
'다시마 키워서 연봉 3억원'

지난 19일 머니투데이가 찾은 전라남도 완도군 평일도 내 금일읍은 전국에서 생산되는 다시마의 60~70%를 생산하는 최대 산지다.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전남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30분 가량을 더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 평일도에 위치한 곳으로, 다시마 생산을 위한 최적의 자연 여건을 갖추고 있다. 식품기업 농심의 대표 라면 제품인 '너구리'에 들어가는 다시마가 전량 생산 되는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다시마 하나로 뒤 완전히 달라진 섬마을…'검은 밭'이 된 평일도


현지에서 생산되는 다시마는 뛰어난 품질로 정평이 나 있어 소위 '금일도 다시마'로도 불린다. 작은 섬들이 모여있어 태풍이나 파도로 부터 피해가 적고, 일조량이 많고 조류 속도가 빨라 다시마의 생육 조건에 최적이다. 일조량이 많은 기후 조건으로 과거에는 고구마를 주로 키웠는데, 1980년대 부터 다시마를 생산한 이후부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고구마 밭이 '다시마 건조장'으로 검게 물들었다. 다시마가 섬 마을 전체의 풍경을 바꾼 셈이다.

어가 소득의 변화도 눈에 띈다. 평일도 내 어가가 380곳의 연간 평균 소득은 4000만원이 넘는다. 일부 어가의 경우 2억~3억원을 번다고 한다. 고향으로 6년 전 귀어한 천지형 어민은 "직장 생활 할 때 보다 소득이 10배 늘었다"고 말했다.

고품질 다시마를 생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다시마는 매년 11~12월 포자를 뿌리고 이듬해 5~6월에 수확을 하는데 가장 추운 시기인 1~2월에 소끔질(솎아내기 작업)을 해야 한다. 30~40개의 포자 중 발육이 우수한 6~7개만 남겨 최상품을 얻어낸다. 건조 과정에서도 자갈을 바닥에 깔아 수분 증발을 최소화 한다.

천지형 어민(사진 왼쪽)과 신상석 조일농산 사장, 한창영 완도금일수협 상무가 전남 완도군 금일읍에 마련된 위판장 내에서 다시마를 들고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윤 기자


43년째 평일도 어민과 '윈윈'…농심 너구리, 누적 판매량 62억개


'금일도 다시마'는 민간 기업과 현지 주민들이 함께 만든 대표적인 지역 지원 사례로도 손꼽힌다. 농심은 평일도에 다시마 생산 어가가 50곳도 되지 않던 1980년대 부터 지원을 시작했다. 1982년 우동과 라면을 결합한 신제품 '너구리'를 처음 선보이면서 다시마를 넣어 차별화를 했는데 이 때부터 평일도 다시마를 썼다. 올해로 43년째다. 너구리는 지난해 기준 누적 판매량 62억6000만개, 매출액 2조5500억원을 기록하는 농심의 효자 상품이다.

농심이 너구리 출시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구매한 다시마는 누적 1만7000톤(t)이다. 올해도 농심은 450톤의 다시마를 구매할 예정이다. 농심은 평일도에서 위판(경매)되는 물량 중 30% 가량을 매년 구매한다. 식품 업계에 따르면 장기간 단일 지역에서 원재료를 수급 받는 건 기업 입장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다. 자연 재해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대체품을 마련하기 어려워 제작 공정을 멈춰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심은 어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오랫 동안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 어민들도 농심의 상생노력에 고마움을 표한다. 40년 넘게 다시마 유통을 하고 있는 신상석 조일농산 사장은 "현지 어민들이 최상품 다시마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하는데 농심 덕분에 큰 보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현지 어민들은 '농심이 완도 다시마의 우수성을 알려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며 공로패를 만들어 줬다. 2년 전에는 완도군에서 너구리 40주년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한창영 완도금일수협 상무는 "농심의 꾸준한 다시마 구매는 완도 어민들이 품질 좋은 다시마 생산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완도금일 다시마생산 어민들이 농심에 제공한 감사패./사진=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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