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되기"…제지공장 업무 중 숨진 19살 청년의 메모장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 2024.06.24 10:29
A씨가 생전 남긴 메모 일부. /사진=MBC 갈무리
전북 전주 한 제지공장에서 일하던 19세 근로자가 숨진 가운데, 그의 생전 바람이 적힌 메모장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4일 전주덕진소방서와 덕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 22분쯤 전주 한 제지공장에서 근로자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그는 지난해 3개월간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거쳐 정직원으로 채용됐으며, 사고 당시 6일가량 멈춰있던 기계를 점검하기 위해 혼자 설비실로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생전 쓰던 노트와 수첩에는 그의 목표와 계획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지난 20일 MBC가 공개한 A씨 수첩에는 2024년 목표로 '하기 전에 겁먹지 말기', '구체적인 미래 목표 세우기' 등이 적혀 있었다.

월급과 생활비, 적금에 대한 계획도 담겨 있었다. 또 군대에 가기 전에 모아야 할 돈도 정해 써놨다. 인생 계획으로는 '다른 언어 공부하기', '살 빼기',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편집 기술 배우기' 등을 적었다.

이 외에도 '조심히 예의 안전 일하겠음. 성장을 위해 물어보겠음. 파트에서 에이스 되겠음. 잘 부탁드립니다. 건배'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환영회를 앞두고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A씨 유족은 지난 20일 고용부 전주지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유족은 "너의 삶이 이렇게 끝나버린 것이 너무나 억울하고 가슴 아프지만 너의 존재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사랑을 주었는지는 잊지 않을게"라고 말했다.

유족과 노동단체는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이날 "입사 6개월 만에 만 19세 사회초년생 청년이 업무수행 중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지만 사측은 개인의 문제로만 간주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사측은 억울한 청년 노동자 죽음에 대해 진상규명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건강했던 A씨가 입사 6개월 만에 사망한 점, 2인 1조 작업 수행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채 유독가스 발생 우려가 있는 현장에 혼자 투입됐다"며 "고인이 호흡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한 점과 대기 측정 등의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점은 이 사고가 명백히 인재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설비 이상 문제로 현장 순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2인 1조로 업무를 하는 게 맞지만, 당시 며칠간 기계가 멈춰있었던 상황에서 단순히 설비에 문제가 없는지 순찰 업무를 보는 거였기 때문에 2인 1조 작업이 필수는 아니었던 상황"이라며 "고용노동부 등의 조사에 적극 임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A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건을 조사 중인 전주덕진경찰서는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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