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햇볕 아래 쓰러지는 근로자 없는 여름돼야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 2024.06.25 05:49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20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서울 시내가 붉게 보이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을 나타낸다. 2024.06.20. /사진=뉴시스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산업현장에서 18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만 24명이다.특히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건설업에서 근로자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체 사망자 중 17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취재차 6월 초 방문한 건설현장에서 폭염의 위험성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지하 5층에서는 더 낮은 층을 만들기 위해 중장비를 이용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지하 1~4층에서는 개별 작업이 이뤄졌다. 지하로 내려갈 수록 온도가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작업 설비에서 나오는 열과 지상과 연결된 환풍 통로가 없는 탓에 뜨거워진 작업 현장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흐르는 땀을 식힐 틈도 없이 올라간 지상층 건설 현장의 온도는 더 올라갔다. 외벽 공사를 하지 않은 지상 3-4층에는 자연 바람이 불 때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바람이 불지 않으면 뙤약볕에서 직사광선을 받으며 일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한모금 마실 물이 간절했다. 30분 남짓 현장을 둘러보고 1층으로 내려와 건물 뒤편의 그늘을 지나갈 때 비로소 안도감을 느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냉방장치의 고마움에 미소가 지어졌다.

정부가 온열질환 3대 예방수칙 최소 기준으로 '물·그늘·휴식'을 정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여건을 고려해 냉방장치도 지원하고 있다.


뜨거운 여름 앞에 정부와 국회, 근로자 개인, 사업주 모두가 한 마음이 돼야 '안전'이 흔들리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고용노동부는 때이른 시점부터 폭염·호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근로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47개 고용노동부 지청 근로감독관들은 더 많은 현장을 찾아 움직인다. 22대 국회에서는 폭염 등 급박한 위험에 대한 작업중지와 휴게시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벌써 발의됐다. 초당적 협조를 기대한다.

근로자는 할당된 업무를 완료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이다. 현장소장은 공기 단축에 목을 맬 수밖에 없지만 근로자가 폭염으로 쓰러질 때 더 큰 손해가 발생한다는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근로자, 사업주 모두 작업 중지권 사용에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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