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 위원장과 나 의원, 원 전 장관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각각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자신이 위기에 빠진 당을 재건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앞서 지난 21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구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이날 주요 후보 3인의 출마선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소통관 1층에는 이례적으로 각 후보들의 팬덤이 몰려들어 이름을 연호하는 등 아이돌 콘서트장을 연상케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각종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일찌감치 당대표 적합도 1위를 선점하며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를 형성한 한 전 위원장은 당정관계 쇄신을 출마선언 가장 전면에 내세우며 나머지 후보들과 차별화했다.
한 전 위원장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여당의 독자적 법안 발의를 약속했다. 독소조항을 손보면 특검 자체는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 역시 다른 후보들과 다르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이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법안은 민주당이 특검을 고르게 돼 있어 정략적이라며 과거 MB(이명박 전 대통령) 특검과 같이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는 "검찰 수사를 보고 해도 늦지 않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에는 "친소관계가 공적 결정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경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되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지 않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갈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나 의원은 22년간 당을 지킨 정통성을 강조하면서도 계파가 없다며 '친윤' 후보로 특정되기를 거부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상황에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두 후보와 달리 민주당의 거센 공세를 이기고 험지인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된 승리한 후보란 점도 부각했다. 원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의 신뢰관계, 당정 '원팀'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실상 친윤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당에 대한 영향력이 1년 전과 다르다는 점이다. 지지율도 하락한 데다 현직 의원들에 대한 차기 총선 공천권도 용산 영향력 밖에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년 전은 윤심이 통할 때이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정통 보수 TK(대구경북)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한국갤럽 기준 4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윤 대통령 지지와 정권 재창출 중에 무엇을 더 중시할지 생각하면 반전이 쉽지는 않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줄곧 나타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여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며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나는 당원과 국민들의 명령에 충실하게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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