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도 폭염 속 메카 순례…1000명 사망에 각국 장관 경질, 여행사 징계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24.06.23 17:28
이슬람 최대 종교행사 '하지'(Hajj·성지순례) 기간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방문한 순례자 중 사망자가 1000명을 넘었다는 집계가 나온 가운데, 각국 정부는 책임자를 해고하고 관련 업체들을 문책하기로 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사우디 당국의 보호를 받는 '하지 비자'를 받지 못한 무등록 순례자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연례 하지 순례에 나선 순례객들이 폭염을 가리기 위해 우산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튀니지 국영TV 와타니야1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하지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방문했다가 사망한 튀니지 순례자는 기존 49명에서 53명으로 늘었다. 카이스 사예드 튀니지 대통령은 자국민 사망자가 늘자 전날 종교 문제를 담당하는 튀니지 장관 이브라힘 차이비를 경질했다. 해임 사유는 나오지 않았으나 그는 앞서 튀니지 정부가 하지 행사 기간 사우디에 파견한 튀니지 공무원 대표단의 단장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은 하지 기간 현지의 튀니지 순례자들을 지원하고 구조하는 임무를 맡아왔다.

사우디 당국에 따르면 지난 14~19일 하지 기간 메카에 모인 등록된 순례자의 수는 180만명 이상이다. 이중 160만명은 국외에서 왔다. 등록된 순례자가 아니면 에어컨이 설치된 공간에 접근할 수 없으며 사우디 당국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도 받지 못한다.

하지 기간 사망자가 1000명을 넘었다는 집계도 나왔다. 20일 AFP통신은 자체 집계를 통해 약 10개국 1081명이 사망했으며 이들 중 다수는 하지 비자를 받지 않은 순례자라고 보도했다. 21일 미국 CNN은 각국 공식 발표를 모아보면 480명 이상이 사망했다면서 "다수 미국인이 사망했다"고 한 미국과 공식 발표가 안 나온 사우디, 이집트 등을 감안하면 사망자 수가 2배 늘 수 있다고 짚었다.

순례자들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는 폭염이 꼽힌다. 이집트 당국의 조사 결과 미등록 순례자들은 사우디 당국의 체포나 추방을 피하기 위해 사막을 지나 메카로 걸어가기도 했다. 이들은 51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폭염에 그대로 노출됐다.


이슬람 순례자들이 하지(Haji) 순례 막바지인 18일 이슬람교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기도하고 있다. 한편 메카에서는 대낮 52도까지 이르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2024.06.18. /AFPBBNews=뉴스1
사망자 국적 중 가장 많은 곳은 이집트일 것으로 보인다. 한 익명의 소식통은 로이터에 하지 순례를 떠난 이집트인 중 최소 53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 등 타 매체에선 이집트 국적 사망자가 600여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예상되는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다. 당국은 등록된 순례자 중에서 31명이 사망했다고만 발표한 상태다.

이집트 정부는 미등록 순례자들에게 메카로 '사기' 여행을 알선한 16개 여행사의 운영을 금지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는 이들 여행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관련자와 단체를 검찰로 이송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들 여행사는 하지 비자가 아닌 개인 방문 비자로 사우디에 순례자들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이들 여행사가 순례자들에게 적절한 숙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순례자들이 고온으로 인한 탈진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슬람교의 주요 축제인 하지는 해마다 메카에서 거행되며 전 세계에서 무슬림 순례자가 모여든다. 이 때문에 매년 하지 기간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2015년에는 '악마에게 돌 던지기' 의식 중 압사 사고가 발생해 약 2300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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