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의 법정 정년은 60세다. 일본은 1998년 60세 정년 의무화 이후 줄곧 법정 정년을 60세로 유지하고 있다.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일자리가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정년연장보다는 일단 퇴직 후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렸다. 기업의 임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였다.
근로자가 법정정년에 이르면 기업과 근로자는 고용확보조치에 따라 근로조건을 다시 정해 재고용된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5~69세 취업률은 전년보다 1.2%포인트 증가한 52.0%로 집계됐다. 일본은 이 제도가 완전히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에는 재고용 기한을 70세까지 늘리는데 합의했다.
일본은 또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개선해 기업이 고용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 줬다. 근로자 합의 없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지만, '사회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다. 기업은 이를 통해 고령자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고령자 역시 양질의 일자리에서 보다 긴 시간 동안 일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도 근로현장 실정에 맞는 재고용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나왔다. 최근 일부 대기업 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막대해진다. 한국의 경우 연공형 임금체계가 일본보다 더 견고하기 때문에 법정 정년이 연장될 경우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2020년 기준 한국의 근속 1년 미만 대비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 임금은 3배에 달해 일본(2.3배)보다 높다. 독일 1.8배, 프랑스 1.6배, 영국 1.5배 등 유럽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경총의 '고령자 계속고용정책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30인 이상 기업의 67.9%는 재고용 방식으로 고령자 고용을 원했다. 이같은 경향은 기업 규모가 커질 수록 짙어졌다. 10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재고용 방식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중이 74.4%였다. 임금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울러 응답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7.1%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안착을 위해 필요한 정부지원책으로 '임금유연성 확보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을 원한다고 답했다. '인력운영 유연성 강화를 위한 파견·기간제법 개선'이 37.7%, '고령 인력 채용 증가 시 세제 혜택' 33.0% 등의 대답이 뒤를 이었다.
경총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임금 연공성, 고용 경직성, 부문 간 이중구조로 대표되는 우리 노동시장 현실을 고려할 때 고령자 계속고용은 임금체계 개편이 선결돼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법정 정년연장 방식보다는 재고용 중심의 계속고용 정책을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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