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손실 안 무서워" 돌아온 외인부대 돌진…쓸어담은 주식은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방윤영 기자 | 2024.06.23 08:00

[MT리포트]돌아온 외인부대(上)

편집자주 |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침내 되돌아왔다. 주가의 흐름을 좌우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최대 규모로 한국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현실로 성큼 다가온 '바이코리아'의 배경과 미래를 조망한다.



대기업 순위 바꾸는 외인부대 '화력'…코스피서 800조 넘게 샀다




#지난 19일 코스피에서 현대차가 8거래일간 거듭된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29만원까지 올랐다. 지난 2021년1월11일(28만9000원) 기록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순간이다. 3년5개월여간 '마의 1000원(28만9000원→29만원) 장벽'을 뚫는 과정에서 투자자 면면도 바뀌었다.

'외인 부대(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증시에서 대기업 순위를 바꿀 정도의 화력을 뽐내고 있다. 코스피에서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800조원 규모로 국내 주식을 쓸어담은 것이다.

반도체·자동차 분야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 경쟁력, 윤석열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신흥국 대표 주자인 중국의 지표 회복 부진이 외국인 자금의 한국행 물꼬를 튼 3대 축으로 꼽힌다. 달리 보면 '서학 개미' 등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에 따른 공백을 외국인들이 채워나가고 있는 셈이다.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외국인 투자 동향과 국적별 성향 등 '외인 부대 이슈'에 그 어느때보다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코스피 시총 2300조 중 805조 외국인…'환손실' 위험에도 '바이코리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2270조5933억원에서 외국인은 805조356억원을 보유 중이다. 전체 코스피 시총의 35.45% 수준이다. 전날엔 35.55%(813조9850억원)까지 치솟았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3200선을 돌파했던 2021년1월25일(816조6690억원·외국인 보유 비율 36.92%) 이후 보유액 기준 최대다. 당시 코스피 종가는 3208.99에 달했다.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37p(0.83%) 내린 2,784.26, 코스닥 지수는 4.84p(0.56%) 내린 852.67, 달러·원 환율은 3.60원 오른 1,388.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4.6.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외국인 보유 비율을 기준으론 2021년5월7일(805조9180억원·35.54%) 이후 최고다. 이때도 코스피지수 종가는 3197.20으로 지금보다 한참 높았다.

심지어 외국인들은 과거보다 전세계 금리가 높아진 여건에서 '환손실' 위험까지 무릅쓴 채 '바이 코리아'에 나서고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00원 후반대로 2021년(평균 1144.6원)보다 200원 이상 높다. 2021년 상반기는 글로벌 증시가 대대적으로 반등했던 시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2020년3월)하며 '제로(0) 금리' 정책을 펼친 이후 한국을 비롯한 각국도 금리 인하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2800선 안착 여부에 이목이 쏠릴 만큼 국내 증시 회복이 더딘 여건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선점한 현상에 주목한다. 일례로 주당 23만원선까지 치솟아 '20만 닉스(주당 20만원)' 벽을 뚫은 SK하이닉스도 외국인 선점주다. 지난 19일 코스피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56.41%를 찍었다. 약 170조원(주당 23만3500원)의 시총 가운데 96조원 가량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것이다. 2021년 1월엔 외국인 지분율이 49.7~50.3% 수준이었다. 미국 엔비디아의 실적 약진이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러브콜을 불렀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다.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37p(0.83%) 내린 2,784.26, 코스닥 지수는 4.84p(0.56%) 내린 852.67, 달러·원 환율은 3.60원 오른 1,388.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4.6.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KB금융은 외국인 보유비중이 76%…외국인 옥석가리기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 가운데선 외국인 보유비중이 70%를 넘긴 종목도 있다. KB금융의 외국인 보유비중이 76%에 달한다. 2021년1월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높다. KB금융은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대표 종목군인 은행주에 속한다. 반면 외국인은 '옥석 가리기'에도 속도를 냈다. 카카오는 같은 기간 33%선에서 27%선으로 후퇴했다. 계열사를 분리해 상장하며 투자자들에게 우려를 받았던 문제가 외국인 이탈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중국의 대안적 투자처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주목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5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지만, 산업생산은 5.6%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표 혼조를 계기로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대미 수출 기대감이 높은 한국 종목이 관심을 받는 반사효과가 생겼다는 것.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세력은 미국, 영국계 투자자들이 꼽힌다. 신한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 집계를 토대로 미국과 영국의 합산 비중이 4월 투자 잔액 기준으로 50%에 육박한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를 지역별로 구분했을 때는 북미(42.5%), 유럽(29.8%), 아시아(14.6%) 순으로 보유 잔액이 많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계 투자자는 기대 수익률 관점에서 매수, 실현 수익률 관점에서 매수하는 특성이 있고 영국계 투자자는 자국 환율과 매크로로부터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의에 대해선 "지수 성과를 결정 짓는 수급 주체"라며 "국내 주식시장은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외국인 순매수와 동행하는 모습이며 중국보단 미국 경기와 동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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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이지혜
코스피 지수 성과를 결정짓는 수급 주체로 외국인이 지목되면서 어떤 종목을 담았는지 관심이 모인다. 외국인 수급에 따라 주가 역시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경향을 보이면서다. 외국인은 최근 6개월간 현대차 등을 중점적으로 담았는데 인공지능(AI) 확산 기대에 따른 반도체, 자동차, IT 하드웨어 등 수출주가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몰리면서 추가 유입 가능성이 낮을 거란 의심도 나오지만, 과거 팬데믹 시절 외국인 지분율 수준을 고려하면 아직 추가 수급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 '8만 전자' 배경엔 외국인 있었다…순매수 상위권 보니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최근 6개월간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종목은 현대차, 삼성물산, 기아, 삼성전자우, HD현대일렉트릭, KB금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순이었다.

상위에 오른 종목은 주로 반도체와 자동차, IT하드웨어 등 수출주가 중심이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 이후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기대되는 KB금융, 삼성물산, 현대차 등도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엔비디아로 촉발된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반도체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중 반도체주로 분류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의 순매수액은 13조5169억원으로 상위 10개 종목 순매수액(22조5294억)의 60%를 차지한다.

지난 20일 코스피가 2년 5개월 만에 2800선을 탈환한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8만원대를 회복하며 코스피 상승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 배경에는 역시 외국인 투자자가 있었다. 외국인은 최근 5거래일(13~19일) 동안 삼성전자를 2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2797.33)보다 10.30포인트(0.37%) 오른 2807.63에 마감한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외국인 지분율에 따라 주가도 우상향…SK하이닉스 주가 66%↑

외국인 지분율을 보면 더욱 뚜렷하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을 보면 21일 기준 △삼성전자 55.8% △SK하이닉스 56.3% △현대차 40.9% 등이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21일 7만5000원에서 이날 8만원으로 6%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66%, 현대차는 41% 각각 올랐다.

반대로 외국인 순매도 상위권에 오른 LG화학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은 6개월 전 42.9%에서 이날 37.4%로 5.5%p 줄었다. 같은 기간 주가 역시 49만5000원에서 35만5500원으로 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의 외국인 지분율은 44.7%에서 40.6%로 4.1%p 빠졌고, 주가도 13% 이상 빠졌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전기차 업황 둔화에 따라 배터리 실적이 부진한 상황으로, 이같은 경기 흐름이 외국인 수급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그래픽=이지혜
외국인 수급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는 상황이지만 추가 매수 여력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은 팬데믹 기간 중 36.8%까지 상승했기 때문에 아직 수급 여력이 남았다는 설명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을 고려했을 때 1%p(포인트) 비중 상승은 20조원 내외의 순매수를 수반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외국인 누적 순매수가 평균 수준을 크게 상회하면서 의구심이 나타나고 있으나 지분율 관점에서는 추가 외국인 자금 유입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34%, 9.4%로 2010년 이후 평균 수준을 이제 회복한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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