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식 회장 "코넥스는 유니콘 기업의 산실, 이보다 큰 기회 없다"

머니투데이 대담=반준환 증권부장, 정리  | 2024.06.23 14:00

[머투초대석]김환식 코넥스협회 회장 한중엔시에스 대표

김환식 한중엔시에스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기업)을 꿈꾸는 회사가 있다면 코넥스 상장을 망설이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코넥스 시장 안에서 성공하고 실패하고 도전하고 혁신하는 수 많은 기업들을 보면서 같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코넥스 시장 시가총액 1위 한중엔시에스의 대표이사이자 제3대 코넥스협회장을 맡아온 김환식 회장은 코넥스 시장의 장점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단순히 성장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만드는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넥스는 창업 초기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모험자본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13년 개설된 중소기업 전용 시장이다. 코넥스에서 자금을 유치하고 성장해 코스닥으로 이전한 기업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비상장 기업들의 코스닥 직상장 문턱이 낮아진 탓에 코넥스의 상대적 매력도가 낮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김 회장은 코넥스 상장의 장점을 강조하면서도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유치 활성화와 이전상장 제도개선, IR 활동 지원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회장으로 있는 동안 코넥스 시장 기본예탁금 폐지, 스케일업 펀드 조성, CEO(최고경영자) 융복합 교육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목소리를 내 왔다.

한중엔시에스가 24일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상장하면서 김 회장은 3년여 간 맡아 왔던 회장자리에서 물러난다. 소회와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코스닥 상장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2020년 12월에 협회장에 취임했으니 3년 반 정도 한 것 같습니다. 협회장으로 있으면서 하고 싶었던 일이 많았는데 다 하지 못하고 후임 협회장에게 책임을 많이 넘겨서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코스닥 이전상장이 잘 마무리 돼서 홀가분한 마음도 있는 반면에 코넥스에 남아있는 기업들이 지나올 길이 눈에 보여서 제가 앞으로 명예회장으로서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코넥스협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셨던 일들은 무엇인가요
▶우선 코넥스 시장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지금도 코넥스를 잘 모르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증권사 계좌를 통해 매매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요. 한때는 회원사들에 '우리가 코넥스 상장주 1주씩이라도 사자'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코넥스 시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니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코넥스 전용 펀드인 스케일업 펀드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고 제 힘으로 이뤄진 건 아니지만 이후에 펀드가 만들어지면서 투자가 조금씩 현실화했죠. 개인 투자자에게 걸림돌이었던 기본예탁금 3000만원(코넥스 주식을 매매하기 위한 기본 요건)도 임기 중에 폐지되길 원했는데 결국 폐지돼 다행입니다.

코넥스 기업 간 벽을 없애고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융복합 교육을 만들어서 지금 분기마다 1번씩 진행하고 있어요. 15~20개 회원사 CEO가 한 자리에 모여서 각자 회사 소개도 하고 기술 교류도 하는 모임인데 요즘은 VC(창업투자사)들도 참여합니다.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윈윈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최근 코넥스 상장이 부진하고 거래대금도 감소했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코넥스 상장시에 대부분 기업이 공모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될 유통 물량이 부족합니다. 대부분 코넥스 기업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편이라 그 물량의 일부를 시장에 매도해 유통 주식수를 증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대주주가 매도를 자제하는 것이 거래 부진의 한 원인입니다.

둘째는 자금력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이 많다 보니 직접 투자자에게 회사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IR활동이 부진하고 장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임에도 일반투자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출 성장이나 수익성 개선 등에 못지 않게 IR(기업홍보) 활동이 기업가치를 증대시키는 필수 요인이지만 이런 사실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경영성과가 가시화하지 못하니 금융권 대출은 더 어려워지고요. 코스닥 기업은 자기 주식을 담보로 대출이 가능하지만 코넥스 기업은 자기 주식을 담보로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상법상의 상장회사이면서 금융권에서는 비상장기업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이런 요인들이 우리 코넥스 시장의 침체를 가중시키는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김환식 한중엔시에스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IR 활동에 어려움은 없을까요
▶IR은 보통 언론사 기자나 VC들이 회사로 찾아와서 회사 설명도 듣고 공장이나 설비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방향성이나 비전을 알고 싶어하는데 대부분은 회사 소개에 급급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IR에 대한 지원제도가 있다면 코넥스 기업을 잘 아는 전문 IR회사를 통해서 회사에 대해 잘 설명하고 투자 유치를 하거나 IPO(기업공개)를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요즘은 관련 지원 예산이 많이 줄어들어서 아쉽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도 매년 합동 IR 행사를 개최하는 등 지원을 많이하고 있지만 그 자리에서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죠.

제가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는 IR을 하자"고 회원사들에게 제안한 이유입니다. 올해 초 코넥스협회 사업계획을 세울 때 우리 자체 예산으로 지원해서 10개 기업 정도를 시범으로 찾아가는 IR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형식적인 IR보다는 맞춤형 IR, 찾아가는 IR을 하다보면 기업을 알리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넥스 활성화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제도가 있다면
▶코넥스에는 벤처기업들이 많다보니 초기에 외부 투자가 많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투자를 받다보면 창업주의 지분율이 희석되고 경영권을 넘겨 줄수도 있다는 겁니다. 현재 비상장 벤처기업은 창업주에 대한 차등의결권(1주당 1의결권 이상을 부여하는 제도)이 도입됐는데 코넥스 기업은 같은 벤처기업임에도 상장사라는 이유만으로 제외돼 있습니다. 코넥스 기업도 비상장 벤처기업처럼 다양하게 투자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코넥스 상장을 망설이는 벤처기업에 어떤 조언을 하시나요
▶유니콘을 꿈꾸는 벤처기업이 있다면 코넥스 상장을 망설이지 말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벤처기업이 성장하려면 제도권 안에서 투명 경영을 체계화하고 기준과 절차를 정립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외부 투자를 받든 회계감사를 받든 진정성이 느껴지거든요. 투자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오너 리스크입니다. 오너 리스크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내부통제 문제인데 이런 것들을 제도권 안에서 검증받고 확인하려면 코넥스 시장에 오는 것만큼 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코넥스 시장 안에는 비슷한 꿈을 꾸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유니콘을 꿈꾸는 기업인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자극을 주면서 성장할 수 있는 곳이 코넥스 시장입니다. 성장하는 회사는 왜 성장하는지, 도태되는 회사는 왜 도태되는지 옆에서 지켜볼 수 있잖아요. 이만큼 좋은 경험이 없습니다. 또 자기 회사의 장단점을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우리 회사가 어디로 나가야 할 지 새로운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고요.

-한중엔시에스는 코넥스 상장 이후 어떻게 성장했나요?
▶2013년 12월에 상장했으니 만 10년을 코넥스 시장에 있었습니다. 한중엔시에스에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코넥스에 오기 전에는 주먹구구식 경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코넥스에 오고 나서 기업 경영에 대한 기본을 닦을 수 있었고 산업의 트렌드도 빨리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원래 자동차 부품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코넥스 시장에 들어와서 보니 이제 전기차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내연차는 점점 없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재생 에너지로 다 바뀌면 우리는 굶어 죽겠구나하는 위기감이 생기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수냉 시스템 사업으로 업종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거죠.

-코스닥 상장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경영자로서 주주들이 원하는 걸 100% 충족시키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한중엔시에스에 투자한 보람이 있네' 하는 회사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기관 수요예측을 할 때 대부분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가 희망 밴드(2만~2만3500원) 상단을 넘는 3만원 중후반대를 제시했습니다. 우리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고민하길래 제가 너무 욕심내지 말고 3만원으로 하자고 했어요. 우리 사주를 매입하는 임직원들과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투자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이 더 큰 꿈과 희망, 행복을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보다 주주들이 더 아끼고 사랑해주는 회사가 되면 반드시 그런 꿈은 이뤄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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