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직장' 시대…'쿨~' 한 상사가 되는 법[글로벌 미생(美生)]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24.06.22 07:08

편집자주 | [편집자주] 전 세계 직장인의 애환은 다른 듯 닮았더군요. 우리보다 먼저 겪은 사례, 또는 다른 방식의 해법을 찾는 '글로벌 미생'의 이야기를 쏙쏙 찾아 다룹니다. 궁금증을 이메일(honey@mt.co.kr)로 보내주시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팬데믹 기간 대학 생활을 보낸 이른바 '코로나 학번'이다. 캠퍼스보다 집에서 노트북을 켜고 온라인 강의를 들은 시간이 더 많다.

이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업무 완수 능력은 뛰어나지만 협업에 소극적이거나 협업 필요성에 회의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재택 학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소통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재택근무가 유연근무제로 대체되고, 메신저 중심의 소통이 강화되면서 많은 팀 리더들이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하는 2024 직장생활 '팁'을 선정해 소개한다.



"HEY(안녕)" 메신저 최악…업무 용건만 간단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HEY(안녕)."

사내 메신저로 직장 상사가 한 마디를 보냈다. 메시지를 받은 직장인 대부분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한다. 다음 메시지가 도착하기 전까지 별별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것도 나쁜 쪽으로.

"나 혹시 해고되는 건가? 내 업무에 문제가 터졌나?"

WSJ은 "악의 없는 짧은 인사라도 근무 시간에 직장 상사로부터 받게 된다면, 수신자는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고 전했다. 심리치료사 브라이언 로빈슨은 "짧은 단어 하나로도 직장인들의 마음속에 '투쟁'과 '도피'의 돌멩이를 던지는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라리 첫 마디부터 무슨 의도인지 말하는 게 좋다는 의미다.

동료 간의 대화에선 종종 '읽씹(읽고 답장 않기)'으로 이어진다. 누군가 대화가 가능한 시간이라도 다른 누군가는 정신없이 일하는 시간이라서다. 많은 업무 창과 이메일 창, 메신저 창 사이에 "안녕"한 마디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WSJ은 "장소와 시간에 자율성이 더해진 '하이브리드 작업장'일수록 개별 직원들은 자신이 계획한 시간 내에 업무를 해치우려 한다"며 "비대면 소통에선 특히 효율적으로 용건과 답변만 오가길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 1명이 하루에 150개의 채팅을 주고받는다. 여기엔 주로 의사결정이나 부서 간 업무 조율, 결제 등 이메일의 '짧은' 버전인 경우가 많다. "안녕"이라 말을 걸어놓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것 보다 곧바로 업무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게 '지금 대화에 가장 집중해달라'는 효과까지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정 세금'을 줄이는 리더십


팬데믹을 거치며 사무실에도 '조정 세금'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WSJ은 "누가 메신저에 접속해 있는지, 온라인 회의 도구 '줌(zoom)'으로 들어왔지, 어떤이가 사무실에 나와 책상에 앉아있고 누가 탕비실에 있는지 등등을 일하면서도 확인해야 하는 걸 '조정 세금'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조정 세금은 주로 리더의 몫이다. 업무상 필요한 협업이나 의사 결정을 위해 팀원들의 동선과 타임라인을 일일이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 노동과 스트레스도 감당해야 한다. WSJ은 "대부분의 직원들은 '업무 유연성'을 좋아하면서도, 동료와 협업해야 하는 시간이나 장소를 조율하는 번거로움은 점점 더 회피하려 하는 추세"라고 짚었다.

소프트웨어 회사 '스쿱 테크놀러지스'의 조사에 따르면 사무실 출근 날짜를 지정하는 기업은 일부(8%)에 불과했다. 1년 전(10%)보다도 감소한 수치다. 업무 유연성과 협업의 '간극'을 채우는 건 오롯이 리더의 몫으로 여겨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과정에서 종종 리더들은 좌절감을 맛본다. 직원들을 배려해 일일이 챙기려 할수록 상황 정리는 더 어려워지기 때문. WSJ은 보스톤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던 닉 프랙토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프랙토는 "직원들에게 가끔이라도 보스톤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권장했다"며 "하지만 어떤 요일, 몇시에 사무실로 출근할지 직원들이 각자 결정하다보니 업무의 리듬감이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직원들마다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식이 달랐다"며 "문자 메시지와 전화통화, 이메일, 슬랙 메신저 등 제각각 회신하고 소통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프랙토는 "사무실로 누가 언제 출근하고 함께 일하게 되는지를 끊임없이 추측하는 게임이 돼 버렸다"며 "계속 응답을 기다리면서 (내) 업무능률이 떨어지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뉴욕의 광고회사 임원인 로렌 게라르모씨는 "팀원들에게 매주 특정 근무일을 정해달라고까지 요청했지만 직원들끼리 만나 협업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동료 간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내 '월간 독서 클럽'까지 만들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낸 게 없었다"며 "직원 대부분은 여전히 화상회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해법도 등장하고 있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데스크는 재택·유연근무 선택권을 제공하면서도 전 세계 8개 사무실과 회의실을 마치 호텔처럼 꾸몄다. 직원들이 종종 회사에 오고 싶어지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지속가능한업무 담당 임원인 벤 톰슨은 "때로는 직접 만나서 함께 일하는 게 새 에너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며 "각자의 몸짓과 표정이 (에너지를) 확산시킨다"고 말했다.

신기술과 접목해 해법을 모색하는 기업도 있다. MS는 지난달부터 모든 직원이 위치와 일정을 공유하고, 고용주(관리자)는 한눈에 볼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관리자가 작업을 공정하게 분배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른 협업을 지시할 수도 있게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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