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에도 번졌다…약도 안듣는 '슈퍼 곰팡이' 중국서 등장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 2024.06.22 10:00

중국과학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지난 6월 20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양산과 더위 그늘막이 빨갛게 보이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을 나타낸다. /사진=뉴시스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곰팡이(균류)'가 인간에게 심각한 전염병을 초래할 정도로 위험하게 진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존하는 항생제로는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 내성을 가진 균류가 등장한다는 예측이다.

중국 기초과학 분야 최고의 학술기관으로 꼽히는 중국과학원 미생물학 연구팀이 중국에서 질병을 일으킨 균류(Fungi)를 분석한 결과, 30도 이상의 고온에서 균을 배양할 경우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가 생겼다는 연구 결과를 19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균류는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해 다른 생물체나 유기물에 붙어 기생하는 하등식물이다. 그중에는 생체에 붙어 살며 생체 주인(기주)인 생물에 전염병을 일으키는 전염병 균도 있다. 곰팡이류는 대부분 식물에 병을 일으킬 뿐,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게 미치는 영향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면역 체계가 곰팡이균을 잘 막아낼 수 있도록 발달한데다, 곰팡이가 인간의 높은 체온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곰팡이균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최근 학계에 곰팡이균 감염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최근 국제 미생물학계에는 '사상 최초' 곰팡이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수십 년간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에이즈의 원인)에 걸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암 치료를 위해 면역억제제를 투여받으며 면역 체계가 약화한 채로 사는 사람이 늘었다"며 "그 결과 곰팡이 감염 사례도 늘었다"고 전했다. 아시야 구사 미국 듀크대 미생물학자는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인간에게 나타난 곰팡이 감염병 중 일부는 이미 약물에 대한 내성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과학원 연구팀의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정상 체온(35.6~37.2도)에 해당하는 따뜻한 환경에서도 죽지 않는 곰팡이까지 나타났다. 연구팀이 2009~2019년 사이 중국 전역 96개 병원에 내원한 환자 데이터를 수집해 수천 개에 달하는 곰팡이 균주를 분석한 결과, 지금껏 발견된 적 없는 균(Rhodosporidiobolus fluvialis)이 검출됐다. 2013년과 2016년 중증 기저질환을 앓다 사망한 환자 2명에게서 동일한 곰팡이가 나왔다. 이 균은 표준 항진균제로 사용되는 '플루코나졸'과 '카스포펀진'에 모두 내성을 갖고 있었다.

이 곰팡이를 면역 체계가 약화한 실험 쥐에 주입했더니, 연구팀의 예상을 넘어선 결과가 나왔다. 37도(°C)의 고온에서 배양할 경우 25도에서 배양할 때보다 21배 빠르게 돌연변이가 발생한 것이다. 37도에서 배양한 곰팡이를 항진균제인 '암포테리신B'에 노출하자, 약물에 대한 내성이 대조군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생겼다.

연구 결과에 대해 아르투로 카사데발 미국 존스 홉킨스 공중보건대 미생물학자는 "만약 균류가 포유류의 체온에 반응해 진화한다면, 지구 온도에 따라서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에 따라 고온에서 적응한 곰팡이는 생체에 대한 공격성과 약물에 대한 내성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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