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요양보호사 등 8만5000여명이 가입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이달까지 진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와 의사단체를 대상으로 '전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선언했다. 의정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병원 노동자들마저 투쟁에 나설 경우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제기된다.
보건의료노조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6월까지 진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환자 생명을 내팽개치는 의사단체와 진료 파행 사태를 장기화하고 있는 정부를 대상으로 한 전면 투쟁과 함께 올바른 의료 개혁 투쟁 결의를 모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7일 전국 200여개 의료기관 지부장·전임 간부 온라인 화상 연석회의에서 구체적인 투쟁 계획과 시기를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의사단체와 같은 파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임금 체불 시 법적 대응 방안, 현장의 목소리를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나 기자회견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이날 "의사 진료 거부 사태가 시작된 지 4개월이 넘어 환자들은 생명의 위협에 내몰리고, 의료기관들은 폐지의 위기에 내몰리고, 병원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이 연쇄 휴진을 멈추지 않고 있고, 의협은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방침을 밝혔다"며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전공의 진료 거부와 의사 집단휴진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의협이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등과 함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해 대정부 협상·투쟁의 전권을 위임한 데 대해서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진료거부와 집단휴진을 강행하는 것은 올바른 의료가 아니라 의료를 파행으로 몰아넣는 것"라며 '올바른 의료'를 추구한다면 의료 개혁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의사단체와 정부에 각각 '출구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의사단체에는 ▲이미 확정된 의대 증원 인정 ▲보건 의료인력 추계와 양성·배치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기구 참가 ▲필수 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살리기 정책 패키지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 참가 ▲전공의 현장 복귀와 집단휴진 철회를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게는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전면 중단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의대 교육 정상화 지원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의사들이 의대 정원 증원 안의 백지화와 재논의를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더 큰 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더 이상 대화로 해결하지 말자는 주장과 똑같다"고 반대했다. 노조는 "의사단체가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하지만 의사 수급난 해소 방안, 지역병원·공공병원 의사의 양성·배치, 전문의 수급 등 충분한 의사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 등은 입을 다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 백지화와 재논의 주장이 공감을 얻으려면 의대 정원을 확대하지 않고도 필수 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에 복무할 충분한 의사 인력 운영방안 해법을 근거 있게 제시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기 위한 의사들의 진료 거부와 집단휴진은 '의사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집단행동'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 국민의 지지와 공감도 받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국회에는 의정 갈등과 진료 공백 해소를 위해 의정 갈등 중재자로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당과 국회는 모든 정쟁을 멈추고 6월 내에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을 해소하고 진료 정상화를 이룩하기 위해 모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초당적 기구를 즉시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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